
24일 기준 텔레그램 n번방과 박사방 사건 등에서 신상이 공개된 피의자는 총 6명이다. n번방 운영자 ‘갓갓’ 문형욱(24), 안승진(25), 박사방 운영자 ‘박사’ 조주빈(25), ‘부따’ 강훈(19), ‘이기야’ 이원호(19), 남경읍(29) 등이다.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사건일 경우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증거가 있을 경우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피의자가 청소년이 아닌 경우에 모두 해당할 경우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할 수 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믿을 충분한 근거가 있는 경우, 공공의 이익을 위해 신상을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해당될 경우, 각 지방경찰청은 경찰과 외부 인사 등으로 구성된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어 범행 수법과 피해 정도, 증거 관계, 국민의 알 권리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 공개 여부를 결정한다.

경찰에서 신상공개가 결정됐지만 법원에서 제동을 건 사례도 있다. 강원지방경찰청은 지난 1일 신상공개위원회를 열고 n번방 사건의 구매자 A씨의 이름과 나이, 얼굴 등 신상 정보를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A씨는 n번방에서 아동 성 착취물을 구매했다. 지난 2014년 9월부터 지난 3월까지 아동·청소년 8명을 상대로 성 착취물을 제작한 혐의도 있다.
A씨는 신상공개가 결정되자 법원에 ‘신상공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에 춘천지법은 “현 단계에서 곧바로 신상정보가 공개돼야 할 공익상의 긴급할 필요가 있다거나 공개될 신상정보의 범위가 확정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인용 결정을 내렸다.

‘켈리’ 신모(32)씨는 n번방이 공론화되기 전인 지난해 8월 경찰에 검거됐다. 경기 오산시에 거주하던 신씨는 지난 2018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아동·청소년 성착취 영상·사진 9만1894개를 소지,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총 2500여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춘천지법은 지난해 11월 신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신씨는 “형이 과다하다”며 항소했으나 n번방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항소를 취소, 형을 확정 받았다. 신씨는 문형욱으로부터 n번방을 물려받아 운영한 인물이다. 검찰은 지난달 신씨를 카메라 등을 이용해 여성들과의 성관계 장면을 동의없이 촬영한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했다.
이외에도 박사방 공범인 수원 영통 사회복무요원 강모(24)씨, 경남 거제시청 공무원 천모(29)씨, 제2의 n번방을 운영한 ‘로리대장태범’ 배모(19)군, ‘슬픈고양이’ 류모씨, ‘서머스비’ 김모씨, 박사방 유료회원 임모씨와 장모씨 등도 신상공개를 피했다.

전문가는 신상공개 기준의 ‘통일’을 강조했다. 윤해성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행 신상공개위원회는 사안에 따라 만들어져 운영되는 기구”라며 “명확한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 때에 따라 참여 위원도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이로 인해 비슷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공개 여부가 달라지는 것”이라며 “통일된 기준을 가진 신상공개위원회를 상설기구로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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