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일 시작한 ‘미쓰백’은 무대 뒤로 사라진 걸그룹 멤버들을 위해 가수 백지영, 개그맨 송은이, 작곡가 윤일상이 힘을 모아 ‘인생곡’을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지난 1회 산업에서 드러난 것은 아이돌, 특히 여성 아이돌이 처한 열악한 환경이었다. 기획사의 요구로 섹시 콘셉트를 소화했던 가영과 세라는 그 후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조롱과 성희롱에 시달린다. 폭언과 폭력을 당하면서 활동하고도 제대로 정산을 받지 못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일도 부지기수다. 더없이 화려해 보이는 산업이지만 그 안에서 수많은 여성들이 최소한의 안전망도 없이 정신과 영혼을 다치고 있다.
이것은 현재 진행형의 문제다. 그룹 AOA의 멤버였던 민아는 연습생 기간을 포함해 10여년 간 팀의 리더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소속사로부터도 방치됐다. 그룹 옐로비 멤버 아리는 소속사 관계자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성 상품화와 과도한 감정노동, 엄격한 통제를 통해 굴러가는 K팝 산업에서, 여성 아이돌이 인간의 존엄을 지키며 활동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여성 아이돌이 처한 현실은 개인이 ‘극복’해야 할 과정상의 어려움이 아니라, 사회가 ‘개선’해야 할 구조의 문제다.

하지만 그럼에도 숨죽여 이 프로그램을 지켜보게 되는 건, 착취와 가학의 서바이벌 없이도 ‘인생곡’을 만들어주겠다는 취지 때문이다. 여성 아이돌을 성적으로 대상화하지 않고 그들의 음악에 진지하게 귀 기울이고자 하는 태도 때문이다. 출연자들이 “회사에서 시키는 대로”가 아닌,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며 성취하는 모습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인생곡이 있으면 나는 평생 가수일 수 있는 거”라는 백지영의 말처럼, 이 프로그램에서 탄생한 노래가 출연자들의 지속적인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디딤돌이 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남은 숙제는 TV 밖 현실로, 우리 사회에게 넘어왔다.
wild37@kukinews.com / 사진=MBN ‘미쓰백’ 방송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