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T 거점오피스 ‘스피어’는 달리 보면 특별한 복지다.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이 트렌드가 되면서 기업들이 앞 다퉈 복지 제도를 도입하고 있지만 탄력근무제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스피어’처럼 일 문화 혁신을 위해 주요 사업권(신도림·일산·분당)에 최첨단 사무실을 만들어주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지난 12일 서울 디큐브시티에 위치한 신도림 오피스에 들렀다. 서울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오는 사무실에 들어왔을 때 첫 인상은 이랬다. “일할 맛나겠다.”
워크 프롬 애니웨어
SKT는 ‘워크 프롬 애니웨어(work from anywhere)’라는 제도를 실천하고 있다. 업무 환경에 제약을 두지 않는다. 자율과 성과에 근거한 일 문화를 정착시키고 있다. 준비도 허투루 하지 않았다. 이전에 없던 롤 모델을 자처한 만큼 꼼꼼함이 엿보였다. 1년 간 구성원 의견을 받았고 더 나은 환경을 위해 현재도 의견을 모으고 있다. 주예슬 스피어 매니저는 “코로나 이전부터 선진적인 일 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신도림 오피스는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된다. 주말과 공휴일, 해피프라이데이(매달 셋째 주 금요일)은 휴무다.

실내는 쾌적하다. 곳곳에 식물도 많아 정원 같다. 최첨단 사무실답게 편의성이 돋보인다. 우선 출입카드가 필요 없다. 얼굴 인식으로 자유로운 출입이 가능하다. 얼굴 인식까지 0.2초가 걸린다. 이곳으로 출근하는 직원은 원하는 좌석을 고를 수 있다. 전용 앱으로 좌석 현황과 수행업무를 고려해 공간을 예약하면 된다. 무인단말기(키오스크)로도 좌석을 예약할 수 있다. 창가와 가까운 1인 데스크가 예약 1순위 좌석이다. 자동으로 책상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다. 독립적인 업무를 할 땐 22층에 있는 ‘아일랜드 좌석’을 선택하면 된다. 옷걸이, 이동식 스툴 등 필요한 도구도 갖췄다.
카페테리아 옆 벽면을 가득 채운 대형 스크린(스피어 비전)은 신도림 오피스 ‘얼굴’이자 일산과 분당 오피스를 연결하는 ‘통로’다. 메시지와 뉴스, 날씨를 공지해주는 역할 외에 실시간으로 두 오피스와 연결해준다. 스피어 비전으로 강연을 함께 듣고 회의도 할 수 있다.

비대면 업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1인 회의실이 다수 마련됐다. 보안도 철저한데, 이용 중일 땐 실내가 보이지 않는 스마트 글래스를 탑재했다. 자리가 비면 자동으로 투명으로 변한다. 각 좌석에 달린 USB-C케이블 하나로 모니터 연결과 전원공급을 모두 해결할 수 있다. 또 이곳에선 개인 PC를 챙기지 않아도 된다. 가상 데스크톱 환경(아이데스크)과 연동돼 평소 쓰는 PC와 동일한 환경에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스피어는 친환경을 지향한다. 이곳엔 일회용품이 없다. 전용 텀블러, 에코백 등 오피스 굿즈를 쓴다. 또 폐 의류를 재활용한 소재로 가구나 벽체를 만들었다. 지능형 카메라가 사람이 없는 공간 조명을 소등하는 등 생활 속에서 ESG 경영을 실천할 수 있도록 했다.

거점 오피스 장점은 접근성이다. 새벽부터 출근 준비를 하면 피로는 쌓이고 아침 업무를 망친다. 거점 오피스로 출근하면 길게는 1시간을 아낄 수 있어서 여유롭다. 그래서인지 신도림 오피스는 하루 평균 200명이 다녀갈 정도로 수요가 높다. 인천에서 사는 백새미 매니저(자금부)도 을지로 본사 대신 신도림 오피스로 출근한다.
백 매니저는 “메인 오피스로 출근하면 1시간 반이 소요됐는데 거점 오피스로 출근하면 30~40분을 아낄 수 있다”며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서) 업무를 하는데 불편함이 없고 재택근무를 하면 늘어지기 마련인데 이곳에선 집중도도 오른다”고 말했다. 평소 원형 테이블을 선호한다는 그는 “역에서 가깝고 휴식 공간이 많아서 좋다”며 “만족도가 높아 아직은 아쉬운 게 없다”며 웃었다.

SKT는 하반기에 ‘스피어’ 한 곳을 더 연다. 광진구 워커힐 호텔 오피스 동 한 층에 일과 휴가를 병행할 수 있는 ‘워케이션(work+vacation)’ 환경을 조성한다. 이곳은 SK그룹 ICT계열사(SK텔레콤·SK스퀘어·SK하이닉스) 전용 사무실로 쓰인다. 3사가 공동으로 쓰지만 규모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대략 100석 정도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