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승하차 시위가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시민 불편이 가중되고 있지만 전장연은 2023년에도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4일 기준, 전장연의 지하철 승하차 시위는 만 1년1개월(397일)을 넘겼다. 횟수로만 255번째다. 전장연은 지난 2021년 12월3일 서울 지하철 5호선에서 시위를 시작했다. 서울 지하철 1·2·3·4·5·8·9호선과 인천국제공항철도, 수인·분당선 등 주로 수도권에서 진행했다. 대체로 평일 출퇴근 시간대에 이뤄졌다. 지하철에 천천히 탑승해 승하차를 지연시키는 방식이다. 몸에 쇠사슬을 걸거나, 목에 사다리를 걸고 출입문을 막아서는 일도 있었다. 지난해 5월 이후에는 대부분 4호선에서 시위가 이뤄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한 여파다. 대통령 집무실에서 삼각지역이 가장 가깝다.

서울 성북구에서 경기 과천으로 출근한다는 이모(50대)씨는 “원래 오전 8시쯤 지하철을 탔지만 시위가 시작된 1년 전부터 오전 7시에 집을 나선다”며 “초창기에는 장애인 권리를 외치는 것에 공감했지만 지금은 공감 못 한다.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고 질타했다. 경기 안양으로 출근한다는 우모(49)씨도 “매일 아침 전장연이 시위 일정을 챙긴다. 1년 넘게 지속되니 스트레스도 심하다”며 “집에서 회사까지 가는 교통수단이 4호선 외에는 없다”고 토로했다.

해외에도 나쁜 장애인들이 있었다. 휠체어에 탄 장애인 활동가들이 대중교통을 막아 세웠다. 지난 1995년 영국에서 장애인 활동가들이 휠체어로 주요 도로를 막고 버스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차량 밑으로 몸을 넣었다. 플랫폼에서 뛰어내려 기차를 막아섰다. 이후 이동권을 포함해 장애인에게 동등한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의 차별금지법이 의회를 통과했다. 법을 바꾼 이들은 ‘휠체어 용사’로 불렸다.
전장연 시위를 지지하는 시민도 있다. 4호선을 이용해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근하는 직장인 이모(33·여)씨는 “처음에는 짜증이 났지만 이제는 이 정도로 시위를 하는데 예산 편성을 하지 않는 국회나 관심 없는 정부가 더 의문”이라고 이야기했다. 또 다른 직장인 A씨도 “사람들이 장애인 시위에 이만큼 관심을 가진 적 있는지 묻고 싶다”며 “지금까지 비장애인은 편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우리가 겪는 불편이 장애인에게는 일상이었을 것이다. 이들의 주장이 관철될 때까지 목소리를 높였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현재 휠체어에 탄 장애인은 시외·고속·마을버스를 거의 이용할 수 없다”며 “차별 없이 평등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권리가 법에 명시돼 있다. 지난 2005년 교통약자법이 만들어졌지만 15년간 국가 스스로가 제시한 예산안을 지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강대강 대치는 이어질 전망이다. 앞서 법원은 서울교통공사가 전장연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전장연이 시위를 중단하는 조건으로 공사가 내년까지 19개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도록 강제 조정했다. 전장연이 5분 넘게 지하철 운행을 지연시키면 1회당 500만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전장연은 조정안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오세훈 서울시장은 무관용 대응 원칙을 강조하며 강제조정안을 거부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