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끝났는데 해산은 아직…청산 미룬 조합, 잔여재산 90% 탕진 [알기쉬운 경제]

입주 끝났는데 해산은 아직…청산 미룬 조합, 잔여재산 90% 탕진 [알기쉬운 경제]

[알기쉬운 경제]는 어려운 경제 용어 풀이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제 현상의 배경과 뒷이야기 등을 이해하기 쉽게
전하려고 합니다.

기사승인 2025-04-29 06:00:08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송파구와 강남구 아파트 단지 모습. 곽경근 대기자 

#. 서울 서대문구 A재개발조합은 10년째 청산 작업이 진행 중 입니다. 청산인은 월 500만원, 사무장은 350만원의 월급을 10년 째 받고 있습니다. 결국 이 조합은 해산 당시 257억원에 달하던 잔여재산이 13억원까지 줄었습니다. 5건의 하자 소송과 월급 등으로 나갔기 때문입니다. 

공사와 입주가 끝난 뒤에도 해산하지 않는 재건축 조합이 늘고 있습니다. 일부 재건축 조합은 하자 소송 등을 이유로 청산을 미룬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에 조합 청산을 위한 움직임에 나선 구청도 있습니다.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17개 시도 미청산 조합 현황 전수조사 자료에 따르면, 현재 조합 해산 이후 청산 단계에 들어가 있는 아파트 단지는 전국에 347곳에 달했습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재건축·재개발 조합은 아파트 소유권 이전이 끝나면 1년 이내에 해산 총회를 열고 청산인을 선임해야 합니다. 정비사업 완료 후 필요한 소규모 자금과 인력 등만 남기고 조합을 없애는 절차에 돌입해야 하는 것입니다. 청산 작업을 통해 그간 비용을 결산하고 추가 이익을 조합원들과 나누거나 추가 분담금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조합의 청산이 늦어지며 운영비 지출이 늘어나 잔여자금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전국 347개 단지의 해산 당시 잔여자금은 1조3880억원 규모였습니다. 그러나 지난 1월 기준 잔여자금은 4867억원 뿐이었습니다. 조합이 청산을 진행하며 무려 9013억원을 사용한 것입니다.

특히 소송을 빌미로 청산을 미루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조합이 소송을 진행할 경우, 청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서울 노원구 B 재개발조합은 진행 중인 소송 6건을 이유로 4년째 청산을 진행 중입니다. 청산인은 월 700만원의 월급을 받고 있으며 그간 205억원을 쓴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남은 재산은 14억8000만원뿐입니다.
 
이처럼 소송으로 인한 청산 지연은 조합의 잔여자금 탕진으로 이어집니다. 부산에서는 46개 미청산 조합이 잔여자금 623억원을 갖고 청산을 시작했으나 현재 남은 자금은 171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청산 과정에서 451억6000만원(72.5%)이 소진된 셈입니다. 전국 327개 미청산 조합 중 60개는 잔여 자금 확인마저 어려운 상황입니다. 

재건축‧재개발 청산은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왔습니다. 청산을 강제화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도시정비법 개정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조합의 청산 절차를 관리감독할 수 있게 됐습니다. 특별한 사유 없이 조합이 청산을 미룰 경우, 정부와 지자체는 수사기관에 고발할 수 있습니다. 

실제 일부 조합은 구청이 움직인 뒤에야 청산에 나섰습니다. 서울 서초구는 자문위원회를 설치하고 직원을 현장에 파견해 청산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신반포1차(아크로리버파크)는 조합 해산 이후 3년여만에 청산을 마쳤습니다. 서초구는 상반기를 목표로 삼호가든 1·2차(반포리체), 서초우성2차(래미안서초에스티지S), 신반포6차(반포센트럴자이), 반포한양(신반포자이) 청산 절차 마무리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다만, 조합이 소송 등을 빌미로 시간을 끌 경우 해산을 할 수 없는 문제는 여전합니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변호사는 “조합 청산의 경우 빚이나, 소송 등이 다 끝나야 가능한 것”이라며 “허위 채권을 만들거나 소송을 빌미로 청산을 미루는 조합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하자 소송 등은 기본적으로 하는 추세고 소송을 막을 방법도 없다”면서도 “청산 지연 시 운영비가 늘어나 조합원들도 환급받을 수 있는 돈이 줄어드는 등 타격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공공의 역할 확대가 필요해 보입니다. 김 변호사는 “기업회생이나 청산할 경우, 파산관재인이 절차를 맡듯이 공공에서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조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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