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낮 기온이 38도까지 오른 27일 관악구에 거주하는 이준안(50)씨가 관악구청 앞 횡단보도에서 병물을 마시고 있다. 이 씨는 "날씨가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요즘은 마치 한여름에 두꺼운 솜이불을 덮고 사는 느낌이라며 나라도 개인도 대책을 세워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의 7월 폭염 일수가 26일 기준 10일에 달해 지난해 같은 기간 2일에 비해 5배 이상 늘었다. 열대야 일수도 18일로 1994년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한반도 상공을 뒤덮은 이중 고기압으로 인해 열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기후위기가 가속화되면서 도시 환경은 더 큰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도시는 높은 인구 밀도와 촘촘한 건축물 그리고 넓은 불투수 면적 등으로 인해 극단적인 기후 변화에 더 취약하다.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도시 전반의 시스템을 점검하고 재설계하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쿠키뉴스는 국립산림과학원과 환경운동가와 함께 수도권 주요 지역을 열화상 카메라와 드론을 활용해 취재하며 도시의 열섬 문제를 다룬 시리즈 보도를 세 차례에 걸쳐 연재하고 있다.
이번 두 번째 편에서는 도심의 온도를 낮추기 위한 주요 전략으로 색채와 물길과 바람길을 중심으로 도시를 다시 설계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바람길은 도시를 식히는 자연의 에어컨으로 불린다. 성내천 바람길은 송파둘레길인 성내천 장지천 탄천 한강 연계 도보길과 조화를 이루며 자연 바람이 시내로 유입되는 통로 역할을 한다. 이곳이 바람길로 적합한 이유는 하천변과 녹지가 연결된 선형 공간이기 때문에 바람의 흐름이 가능하며 인근 하천과 공원이 송파둘레길로 이어져 공기의 흐름을 유도하고 건물 간 간격이 확보되어 외부 공기가 유입되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2편: 도시를 밝게, 물길 뚫고 바람길 열어라
- 밝은 도시로 리디자인해라
- 물길 복원하고 바람길 확보해야
- 바람과 물 순환 체계 정비
1편: 회색 도시, 녹색으로 덮어라
3편: 화학제품 줄이고 친환경 에너지 늘려라

용인시 상갈동의 한 아파트 단지가 최근들어 벽면을 새롭게 칠했다. 밝은색 부분과 어두색 부분을 나누어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해보니 약 6도의 차이를 보였다. 취재에 동행한 기후재난연구소 최병성 상임대표는 “도시숲 조성 외에도 건물 외벽이나 옥상에 반사율 높은 색채를 칠하는 것도 도시 온도를 낮추는 방법 중 하나”라며 “실제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도 외벽에 어두운색이 칠해져 있는 안방과 밝은색이 칠해져있는 작은방의 온도차는 외벽의 온도차가 6도가량 날 경우 내부는 2.0도 가량 발생했다”고 말했다.
도시를 밝게, 열을 반사하라
폭염과 폭우가 널뛰는 롤러코스터 같은 기후가 불행히도 일상화되는 현실 속에서 숨쉬기조차 힘든 도시의 열기를 낮추기 위한 전략을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할 때다.
‘열섬도시(Heat Island City)’를 ‘냉섬도시(Cool Island City)’로 바꾸기 위해서는 도시를 밝게 만들어 공간 전체의 열 발생을 줄여야 한다. 동시에 산림과 공원과 하천을 잇는 녹지축을 조성해 축적된 열을 식히는 바람과 물이 순환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경기도 용인시 상갈동의 아파트와 주택단지 전경을 열화상드론으로 촬영했다. 열화상카메라에서 보듯 벽면보다 대부분 지붕이 빨간색이거나 그보다도 더 온도가 높은 흰색이어서 쿨루프(Cool Roof)나 옥상녹화의 필요성을 말하고 있다.
도시 곳곳에 존재하는 짙은색 건물 외벽과 아스팔트 도로는 햇빛을 흡수해 열을 저장한 뒤 이를 밤까지 천천히 방출하면서 기온 상승을 유도한다. 반면 밝은색 외벽이나 도로는 열 반사율이 높아 실내외 온도를 낮추는 효과가 크다.
실제로 열화상 드론으로 밝은색과 어두운색 아파트 벽면을 비교한 결과 약 10도에 가까운 온도 차이가 관측됐다.

송파구 위례성대로에 줄지어선 빌딩들은 다양한 외벽 색상만큼 열화상 카메라에서도 온도에 따라 각기 다른 색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후채찍질의 시대 도시의 색상 재해석은 더 이상 단순한 디자인 요소가 아니라 도시 생존 전략으로 받아들여야 할 시점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는 도로에 밝은색 페인트를 칠해 도시 기온을 10도 이상 낮추는 성과를 거두었고 프랑스 파리는 공공건물 외벽을 밝은색으로 바꾸는 프로젝트를 2023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그리스 아테네는 전통적으로 흰색 건물을 유지해 실내 온도를 평균 4도에서 5도 낮추며 냉방 에너지를 22퍼센트 절감하는 효과를 보고 있다.
극심한 열섬현상을 겪는 대표적인 도시 중 하나인 브라질 상파울루 역시 도로와 건물 외벽을 어두운색에서 밝은색으로 바꾸는 ‘쿨 시티 프로젝트’를 도입해 도심 전체 기온을 최대 5도까지 낮추는 성과를 거두었다.

지난 27일 오후, 서울숲 주차장의 아스팔트 도로와 풀이 자라는 투수블록의 온도차가 무려 20도 넘게 나타나고 있다.
포장재별 열 저감 효과는 녹지, 돌 포장, 점토블록, 투수블록, 고무칩, 목재데크, 인조잔디, 콘크리트/아스팔트 순이다. 특히 아스팔트는 녹지면에 비해 온도가 두배이상 높아 도심지 온실 효과의 주요원인 것으로 밝혀졌다.
기후 대응을 위한 색채 전략은 도로의 아스팔트에도 해당된다. 밝은 색 계통의 냉각 페인트를 아스팔트에 칠해 열 흡수를 줄이고 폭염과의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 대부분의 냉각 페인트는 눈부심을 줄이기 위해 흰색보다는 회색이나 연한 청색 등 도로 표준에 맞춰 개발되어 주행에는 큰 문제가 없다.

주차된 차량은 컬러에 따라 서로 다른 색상으로 열화상 카메라에 나타난다. 밝은색 차량일수록 푸른색을 띠고 검은색 차량은 붉은색을 띤다. 붉은색일수록 차량의 온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도시 열섬이란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차량 등 인공 구조물로 인해 도시의 온도가 주변보다 높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특히 기후위기 시대에는 폭염과 결합해 건강과 환경과 에너지 문제를 유발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 역시 우리나라 사람들이 선호하는 검은색보다는 밝은색 차량이 도시의 온도를 낮추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

복개 도로를 걷어내고 생태 하천으로 조성했거나 공사 중인 곳은 청계천 외에도 대방천과 별빛내린천 도림천 도림천 상류인 우이천 도봉천 등이 있다.
복개하천 열고, 물길 다시 흐르게
도시 개발 과정에서 덮여버린 하천을 복원하는 일은 단순한 생태 복원이 아니라 도시의 온도를 낮추는 결정적인 방법이다.
하천이 복원되면 수면 위의 증발 냉각 작용과 수변 식생의 그늘 효과가 더해져 도심 기온이 자연스럽게 낮아진다.

성현수 서울시 정원도시정책과 주무관은 “서울시는 공원과 도로변과 하천 등 도심 곳곳에 신선한 바람이 드나들 수 있는 바람길숲 조성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며 “바람길숲은 도심의 열섬 현상 완화는 물론 미세먼지 저감과 이산화탄소 흡수 등을 통해 시민 삶의 질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복원된 하천은 수변 냉각 효과(waterfront cooling effect)와 함께 주변에 나무와 풀 등 식생이 조성되면서 식물의 증산 작용과 그늘 효과로 자연스럽게 도시 온도를 낮춘다. 여기에 도시숲과 함께 천연 에어컨인 바람길(wind path) 역할을 하며 시민에게는 산책로까지 제공하니 일석삼조 그 이상이다.

폭염이 절정을 이룬 지난 27일 청계천을 찾은 시민들이 시원하게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하천이 복원되면 수변 냉각 효과와 함께 주변 식생을 통한 증산 작용과 그늘 형성으로 온도 저감 효과가 나타난다.
서울 청계천 사례처럼 하천을 타고 흐르는 시원한 바람은 도심의 미세먼지와 오염물질을 줄이는 데도 기여한다. 실제로 청계천 주변의 도심 기온은 최대 2도에서 3도까지 낮아지는 효과가 확인됐다.
도시화와 고밀도 개발로 왜곡된 물순환 구조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앞으로의 폭염과 폭우는 더 큰 재난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수락산에서 발원해 도심을 가로질러 중랑천으로 흐르는 당현천과 도시숲 전경. 바람길숲은 도시 외곽의 자연환경과 도심을 연결함으로써 정체된 더운 공기를 분산시키고 미세먼지와 도시 열기를 줄이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바람길 네트워크는 도시 기후 회복력을 높이는 자연 기반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도심에 바람 끌어들이는 ‘바람길숲’
열섬에 갇힌 도시를 식히려면 자연을 불러와야 한다. 다행히 서울은 북한산과 관악산과 수락산 등 도심 외곽의 큰 산들로 둘러싸여 있고 도심 한가운데에는 한강과 지천이 흐르며 연결되어 있다.
서울시는 2023년부터 바람길숲 사업을 통해 도심에 자연의 바람길을 조성하고 있다. 바람길숲은 외곽 산림에서 생성된 시원한 공기를 도심까지 끌어오는 녹지 통로로 도시의 자연형 공기 순환 시스템을 회복하는 데 핵심이 되는 사업이다.
사단법인 나무가심는내일 변재운 이사장은 “숲 주변은 기온이 많게는 4도 이상 낮아진다는 과학적 분석이 있다”면서 “시민들은 빈 공간을 찾아서 한그루의 나무라도 더 심기위한 노력이 필요하고 시는 도시주변의 산과 숲, 하천을 잇는 생태축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가야한다"고 말했다.

과거 서울에서 춘천을 잇는 경춘선 선로가 재탄생한 경춘선숲길은 약 5km의 구간으로 노원구 월계동에서 공릉동을 연결하는 철도공원이다. 폐선로를 따라 활엽수와 침엽수가 길게 조성되어 있어 바람길의 역할을 하고 나무들은 도시의 차량이 쏟아내는 탄소를 흡수한다. 바람길숲은 도심을 가로지르는 생태고속도로이다.
올해 들어 총 서른 곳에 바람길숲이 조성되고 있으며 이는 도심 내 미세먼지 저감과 열섬 현상 완화는 물론 탄소 흡수원 확대와 시민들의 생활환경 개선에도 효과적이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1헥타르의 숲은 연간 6.9톤의 이산화탄소와 168킬로그램의 미세먼지를 흡수하고 여름철 평균기온을 3도에서 7도 낮추며 습도를 9퍼센트에서 23퍼센트까지 높이는 복합적인 환경 효과를 낸다.
국립산림과학원 생활권도시숲연구센터 최수민 박사는 “바람길숲은 단순히 나무를 심는 것을 넘어 기후위기 시대에 도시의 회복 탄력성을 높이는 핵심적인 녹색 인프라”라며 “도시의 생활숲은 시민에게 건강한 쉼터를 제공하고 도시 전체에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선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록적인 폭우가 잦아들자 일부 지역은 40도까지 수은주가 오르는 등 전국에 불가마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남은 여름은 평년보다 더 길고 더 뜨겁고 롤러코스터 같은 극단적인 날씨는 여름 내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도로 위 냉각 전략 – 쿨링포그, 바닥분수, 친환경 보도블럭, 살수차
도심에서 열을 줄이기 위한 시설 확충도 중요하다. 횡단보도와 버스정류장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공간에는 그늘막을 추가로 설치하고 각 지자체는 보유한 살수차를 늘려 아스팔트의 열기를 낮추는 작업을 확대해야 한다.

쿨링포그와 바닥분수도 공간의 규모에 맞춰 숫자와 가동 횟수를 늘릴 필요가 있다.
또한 투수블록과 생태블록 잔디블록 등 복합형 친환경 포장재를 보행로와 공공 공간에 적극 도입해 물 순환 기능을 회복시켜야 한다.

서울지역 낮 최고기온이 38도까지 올라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지난 2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일대에서 살수차가 도로에 물을 뿌려 펄펄끊는 아스팔트 지열을 식히고 있다.
조진성 서울시 자연생태과 자연생태기획팀장은 “서울시는 외사산과 내사산으로 둘러싸인 구조로 외곽 산림에서 생성된 시원한 공기가 도심까지 원활히 흐를 수 있도록 바람길숲을 체계적으로 확충하고 있다”며 “이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도시 생태계 회복력 강화를 위한 핵심 전략”이라고 밝혔다.

서울 신촌로터리 횡단보도 앞에는 나무 그늘막과 인공 그늘막이 나란히 서 있다.
고병용 성남시의회 경제환경위원회 위원장은 “나무를 활용하면 친환경적인 그늘 형성으로 지속 가능한 도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며 “인공 그늘막에 비해 나무는 공기 중 미세먼지와 오염물질을 줄이고 산소를 공급하며 온도를 낮춰 도심 열섬 현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글·사진=곽경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