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3500억 달러(약 485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압박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우리 정부가 무제한 한·미 통화스와프를 요구한 걸로 알려졌다.
14일 정부 등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최근 미국과 관세 협상 과정에서 무제한 통화스와프 체결을 제안했다.
통화스와프는 비상시 자국 화폐를 상대국에 맡기고 미리 정한 환율로 상대국 통화를 빌려올 수 있도록 하는 계약이다.
정부가 이 카드를 꺼낸 것은 대규모 대미 투자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외환시장 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 7월,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려던 25%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이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속하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최근 협상에서 미국은 한국 측에 ‘현금 직접 투자’ 비중을 확대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막대한 달러가 국내에서 빠져나가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21년 종료된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을 부활시켜 현금 투자 부담을 완화하는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국 측의 이 같은 요구가 미국의 직접 투자 압박에 대응한 협상 카드에 그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현실적으로 통화스와프 체결이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다. 미국이 상설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국가는 일본, 유로존, 영국, 스위스, 캐나다 등 대부분 기축통화를 보유한 국가들에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한·미 양국은 과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등 위기 상황에 한해 두 차례 통화스와프를 맺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