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2년 만에 대만에 뒤처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를 중심으로한 대만의 급성장과 한국 경제의 부진이 겹친 영향으로 보인다.
15일 정부와 대만 통계청 등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1인당 GDP는 약 3만7430달러로, 대만의 3만8066달러에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이는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GDP 성장률 전망치와 대만 통계청의 예측을 바탕으로 단순 비교한 것이다.
한국의 1인당 GDP는 지난해 명목 GDP 1조8746억 달러와 정부의 올해 경상 성장률 전망치(3.2%)를 반영해 추정됐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예상 명목 GDP 1조9345억 달러를 인구(5169만 명)로 나눈 수치가 3만7430달러다.
양국의 경제 격차는 2018년 1만 달러까지 벌어졌으나, 최근 몇 년 사이 급속히 축소됐다. 지난해에는 한국 3만5129달러, 대만 3만3437달러로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다.
대만이 1인당 GDP에서 한국을 추월한 배경에는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한 급성장이 자리 잡고 있다. 대만의 실질 GDP는 올해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8.01% 증가해 2021년 2분기 이후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대만 통계청은 올해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를 3.1%에서 4.45%로 상향 조정했다. 내년 성장률은 2.81%로 예측된다.
반면, 한국은 2분기 실질 GDP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7%, 전년 동기 대비 0.6%로 대만과 큰 차이를 보였다. 하반기 들어 민간 소비가 회복되며 내수 경기는 다소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대외 불확실성 증가와 수출 둔화 우려가 여전히 크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대만의 주요 테크 기업들이 글로벌 인공지능(AI) 붐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국내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며 “대만의 잠재 성장률이 3%를 웃도는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잠재 성장률이 올해 2% 미만으로 추정되며, 한국과 대만의 소득 격차는 점차 더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