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닥 상장사 오름테라퓨틱이 상장 두 달 만에 핵심 파이프라인 임상을 자진 중단하면서 투자자 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덩달아 상장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의 실사 및 투자자 보호 역량을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되는 모습이다. 파두, 이노그리드 등 잇따른 IPO 구설에 이어 오름테라퓨틱 사태까지 겹치며, 한국투자증권은 또다시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0일 오름테라퓨틱은 전 거래일 대비 6.27% 내린 1만8080원에 장을 마감했다.
앞서 오름테라퓨틱은 지난 28일 핵심 파이프라인인 유방암 신약 후보 물질의 임상을 자진 중단했다고 공시했다. 회사는 “ORM-5029의 제1상 First-in-Human 임상시험에서 도출된 임상적 안전성, 약물동태학(PK), 약력학(PD) 자료에 대한 종합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해당 프로그램의 개발을 중단하기로 했다”며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명확한 위험 이익 프로파일을 갖춘 치료제를 개발하려는 의지”라고 밝혔다. 이어 “자사의 독자적 플랫폼 기반 차세대 파이프라인에 전략적으로 자원을 집중하기 위한 목적도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임상시험계획 자진 취하 공시 이후 주가는 급락했다. 28일 오름테라퓨틱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30% 내린 1만78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2만4000원대에도 거래됐던 주가는 공시 이후 폭락했다.
실질적인 손실이 발생하면서 투자자들의 분노는 커졌다. 종목 토론방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신뢰를 잃은 회사”, “환자 개별 이슈고 하반기 개재한다더니 내가 순진했다”, “뒤통수 맞았다”, “이미 알았던 악재라지만 이렇게 급락할 줄은 몰랐다” 등 주주들의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사실 해당 치료제는 한국투자증권이 주관한 IPO 과정에서부터 이슈가 있었다. 오름테라퓨틱은 지난 2022년 8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ORM-5029의 1상 계획을 승인받았다. 이후 미국에서 유방암 등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했으나 지난해 11월 1명의 임상 참여자에게서 중대한 이상사례가 발생했다. 이후 신규 임상 참여자 모집은 중단됐고, 오름테라퓨틱은 코스닥 상장을 연기했다.

오름테라퓨틱은 지난해 12월 다시 공모 절차에 돌입했으나 투자 수요가 급격히 가라앉았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 부진한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최종 공모가를 희망범위 하단보다 낮은 2만원에 확정했다.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에서도 흥행에 실패했다. IPO 과정에서 잡음을 낸 문제가 상장 이후에도 이어지면서 현재 주가는 공모가보다 아래로 떨어진 상황.
상장 이후 두 달 만에 임상이 공식 중단되면서 시장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상장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에 쏠리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파두, 이노그리드 등 IPO 과정에서 구설에 올랐던 전례가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한국투자증권은 파두 사태 등과는 ‘전혀 다른 사안’이라며 선을 그었다. 한투증권 관계자는 “해당 파이프라인의 임상 중단 가능성은 상장 전 증권신고서 수정 과정에서 충분히 기재됐으며, 위험을 고려해 해당 파이프라인은 기업 밸류에이션 산정에서 아예 제외했다”고 밝혔다. 해당 파이프라인이 기업 밸류에이션에 포함되지 않아 성공 여부와 관련 없이 매출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리스크를 배제한 채로 상장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한투증권은 이번 IPO에서 단순 주관을 넘어서 자기자본(PI) 투자로도 엮여 있다. 한투증권은 오름테라퓨틱에 지난해 5월 30억원을 투자해 주당 2만1000원에 14만2000주를 확보한 바 있다.
한투증권 관계자는 “이 회사 지분을 보유한 상태에서 단기 차익을 기대하며 무리하게 상장을 추진할 이유가 없고, 오히려 기업 가치 저평가되는게 더 손해”라며 “IPO 과정에서 밸류에이션 측정이 깐깐해졌다. 증권신고서에 (위험) 해당 내용을 기재해 상장 과정에서 시장이 인지할 수 있는 상황이었고, 이러한 상황에서 주관사가 할 수 있는 일을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