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은 전 세계 보건 시스템에 경종을 울렸다. 변이 바이러스와 신종 감염병의 위협이 계속되면서 일회성 대응이 아닌 지속 가능한 방역 역량 구축이 국가적 과제로 떠올랐다. 이런 가운데 단기간에 대규모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mRNA 백신 플랫폼이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mRNA는 코로나19 백신을 200일 만에 상용화하며 그 가능성을 입증했다. 정부는 국산 백신 자립화를 목표로 ‘팬데믹 대비 mRNA 백신 개발 지원사업’을 본격화했다. 해당 사업의 추진 배경과 방향을 짚고, 기술 경쟁에 뛰어든 국내 기업들의 전략을 살핀다. [편집자주] |

레모넥스가 mRNA 백신의 부작용과 유통 한계를 동시에 개선한 독자 플랫폼을 앞세워 국산화에 속도를 낸다. 기존 백신에서 나타난 전신 부작용을 줄이고, 상온 유통이 가능한 백신을 통해 중·저소득 국가까지 아우르는 글로벌 공급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레모넥스는 최근 질병관리청이 주관하는 ‘팬데믹 대비 mRNA 백신 개발사업’에 선정됐다. 이번 사업을 통해 안정적 백신 공급을 위한 mRNA 백신 플랫폼 개발이 이뤄진다. 정부는 비임상 단계부터 품목허가 단계를 아울러 오는 2028년까지 총 5052억원을 투입한다.
레모넥스는 11월까지 임상 1상 시험 승인을 목표로 개발을 본격화한다. 레모네스 관계자는 “국책사업을 수행해 국가 전략기술 확보에 기여하고자 한다”며 “약물 투여로 인한 인체 내 전신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온도 안정성을 개선한 mRNA 백신을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레모넥스는 국책 과제에 참여한 4곳의 기업 중 유일하게 국제재단의 지원을 받고 있다. 레모넥스는 백신 개발을 지원하는 국제 비영리단체인 감염병대비혁신연합(CEPI)과 지난 2023년 12월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미지의 감염병을 대비하는 ‘Disease X’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현재 CEPI의 Disease X 포트폴리오에서 임상에 진입한 기업은 전 세계에서 레모넥스와 독일의 바이오엔테크 단 두 곳뿐이다.
레모넥스가 주력하는 기술은 ‘디그레더볼’이라는 약물전달체(DDS)를 활용한 자체 플랫폼이다. 기존 mRNA 백신은 지질나노입자(LNP)를 전달체로 사용하는데 이는 간, 심장 등에 독성을 유발하거나 전신 부작용이 이어질 수 있는 미완성형 물질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기존 코로나19 mRNA 백신은 혈전, 심근염 등 치명적 이상사례 반응이 보고되기도 했다.
레모넥스는 디그레더볼 기반 플랫폼을 이용해 부작용을 개선하고, 백신의 체내 면역반응 활성화 효과까지 강화했다. 레모넥스가 자체 개발한 코로나19 mRNA 백신 후보물질인 ‘LEM-mR203’의 임상 1상 결과, 중대한 약물이상반응(SAE)은 보고되지 않았으며 일부 경미한 부작용만 관찰됐다. 레모넥스 관계자는 “기존 mRNA 백신에 비해 부작용 발생 사례가 절반 이상 줄었고 대부분 24시간 안에 회복될 수 있는 경미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디그레더볼 DDS는 동결건조가 가능해 상온에서 2년 이상 보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고온 지역이나 중·저소득 국가에도 안정적인 백신 공급이 가능하며, 사전 생산 및 재고 확보를 통한 효율적 유통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특수 공정이 필요 없기 때문에 설비나 생산 단가 측면에서도 상당한 경쟁력을 갖는다. 레모넥스는 이 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백신 국산화는 물론 위탁생산개발(CDMO), 기술 이전 등 사업을 다각화할 방침이다.
레모넥스는 글로벌 공급까지 겨냥한 독자 플랫폼 구축에도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레모넥스 관계자는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세계보건기구(WHO) 지원금 삭감과 함께 연간 4조원 이상을 자국 내 팬데믹 대응 기술에 투자하기로 했다”며 “국제 협력보다는 미국 자국 중심으로 전환되는 흐름 속에서 독자적 mRNA 플랫폼 기술 확보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질병청과 CEPI의 공동 지원을 바탕으로 안전성과 유통성을 모두 확보한 mRNA 백신을 개발해 글로벌 팬데믹 대응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