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컬처의 힘”…아이파크몰, ‘비주류’ 잡자 매출도 잡혔다[오프라인의 반격②]

“서브컬처의 힘”…아이파크몰, ‘비주류’ 잡자 매출도 잡혔다[오프라인의 반격②]

온라인 유통의 급성장 속에 오프라인 매장은 위기론에 시달려왔다. 그러나 여전히 사람들은 오프라인에서만 가능한 경험을 찾는다. 단순 판매를 넘어 체험과 문화를 담은 공간으로 변모하며 반격에 나선 것이다. [오프라인의 반격] 시리즈는 달라진 전략과 소비자 반응을 통해 오프라인 유통의 새로운 힘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기사승인 2025-09-16 06:00:29 업데이트 2025-09-16 09:03:56
용산아이파크몰 ‘가챠샵’에 방문객들이 몰려 구경을 하고 있다. 이다빈 기자

“용산에만 입점한 귀한 피규어 보러왔어요”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서브컬처’는 더 이상 비주류가 아니다. 용산역과 연계된 3층에 들어서면 캐릭터 굿즈 숍, 플레이스테이션·닌텐도 매장, 식물·파충류 키우기 관련 매장, K팝 아이돌 굿즈샵까지 다양한 취향을 아우르는 공간이 방문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14일 애니메이션 굿즈숍에서 만난 20대 A씨는 “지금 보이는 이 캐릭터는 한국에서는 여기 용산 스토어에서만 볼 수 있다”며 “오늘 7층 ‘포켓몬 카드숍’에서 열리는 카드게임 대회에 참여하려고 왔다가 피규어 매장도 함께 들렀다. 용산아이파크몰에 오면 볼거리가 넘친다”고 말했다.

현장에는 친구와 함께 찾은 고객부터 아이와 함께 게임을 시연해보는 부모들, 혼자 취미생활을 즐기는 젊은 세대까지 다양했다. 특히 3층 중앙에 있던 대형서점 영풍문고 자리와 리빙파크를 IP 콘텐츠 매장으로 탈바꿈한 뒤 이곳은 단순 쇼핑을 넘어 하나의 놀이 공간으로 변모했다.

이 모든 변화를 집약한 공간이 바로 ‘도파민 스테이션’이다. ‘트렌드와 즐거움’을 지향하는 이 체험형 놀이 공간은 6월 오픈한 뒤 지난달 말 기준 누적 방문객 100만명을 돌파했다. 총 6500㎡(2200평) 규모에 △카카오프렌즈·모펀 굿즈 △닌텐도·플레이스테이션·스퀘어에닉스 게임 매장 △해리포터 마호도코로, 블루 아카이브 카페 메모리얼 등 IP 팝업 공간을 포함해 약 40개 매장이 들어서 있다.

아이파크몰은 지난 6월 3층을 전면 리뉴얼하며 F&B 경쟁력도 강화했다. 지난해 220여 건의 팝업스토어 중 호응이 컸던 디저트 브랜드들을 정식 입점시킨 것이다. 유통업계 최초로 입점한 ‘아모르 나폴리’, 수도권 첫 매장으로 선보인 ‘서녹씨’, 특화 매장 ‘슬라이폭스’ 등이 대표적이다. 리뉴얼 이후 이곳의 일평균 방문객은 3만2000명을 꾸준히 웃돌고 있다.

서울 용산역 일대는 아이파크몰이 서브컬처 허브로 부각되기 전부터 오랫동안 마니아 문화가 뿌리내린 공간이었다. 1990년대부터 용산 전자상가를 중심으로 전국의 마니아들이 컴퓨터, 부품, 오디오, 게임기를 구하기 위해 몰려들었고, PC게임 CD와 애니메이션 피규어, 콘솔 카트리지 등이 활발히 유통됐다. 게임·오락·캐릭터 문화가 집결했던 이 전통이 오늘날 아이파크몰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용산아이파크몰 키보드 팝업스토어에서 방문객들이 키보드를 타이핑해보고 있다. 이다빈 기자

올해 아이파크몰에서 흥행을 이끈 팝업스토어 역시 마니아층의 팬심을 자극하는 콘텐츠 중심으로 꾸려졌다. 일반적인 유통 상품군에서 벗어나 ‘즐기는 소비’를 제안하자 자연스럽게 발길이 모였다. 불황에도 자신이 즐기는 취미 생활에는 기꺼이 지갑을 여는 젊은 세대의 취향을 겨냥한 것이다. 아이파크몰은 팝업 공간 운영 기간을 3개월 단기부터 6개월 중장기까지 다양하게 두며 소비자 반응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게이머, IT·디자인 종사자, 아티스트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은 ‘아키페(아이파크몰 키보드 페스티벌)’다. 이 행사에는 20여 개 키보드 전문 브랜드가 참여해 커스텀 키보드와 스페셜 에디션 모델 등 100여 종을 전시했으며, 나흘간 1만2000명이 방문했다.

이 가운데 매출 1억원을 올린 커스텀 브랜드 ‘스웨그키’는 도파민 스테이션에 정식 입점하기도 했다. 스웨그키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에 열린 팝업스토어 반응이 너무 좋아 12월29일까지 상품 전시 기간이 연장됐다”며 “고객들이 자유롭게 키보드를 두드려보고 즐겨줬음 좋겠다”고 말했다.

‘집사’ 취향을 겨냥한 이색 팝업스토어도 인기였다. 지난해 ‘이상할수록 더 아름다운 식물’을 주제로 열린 괴근식물 팝업스토어에 이어, 올해는 곤충과 파충류를 만날 수 있는 ‘도파민 곤충 연구소’를 운영해 관심을 끌었다. 팝업스토어를 방문한 30대 B씨는 “용산역 열차 시간이 남아 방문한 김에 팝업스토어들을 둘러보고 있는데 신기한 것들이 많다”며 “키우기 힘들지 않다고 하니 작은 화분 한 개 정도를 사가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용산아이파크몰 닌텐도 캐릭터 매장에서 방문객들이 굿즈를 살펴보고 있다. 이다빈 기자

‘취향 저격’한 아이파크몰, 올해도 최대 실적 전망

서브컬처 취향 저격에 성공한 용산아이파크몰은 패션·리빙·F&B 전반의 호조를 바탕으로 2년 연속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매출은 2022년 4200억원, 2023년 5000억원, 지난해 5420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올해 역시 역대 최대 실적 경신이 예상된다. 실제 2분기 매출은 14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늘었고, 영업이익도 129억원으로 6% 증가했다.

세부적으로는 패션·리빙·F&B 전 부문에서 2022년 4월 이후 단 한 차례도 역성장을 기록하지 않았다. 2025년 7월까지 40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플러스 성장세를 이어간 것이다. 특히 지난 7월에는 월 매출 587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고치를 새로 썼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9% 늘어난 수치다.

아이파크몰은 매출 성장세를 바탕으로 서울 노원구 월계동에 2028년 오픈 예정인 3호점 ‘서울원 프로젝트’를 통해 외형 확장에도 나선다.

약 4조8000억원이 투입되는 서울원 프로젝트는 15만㎡ 부지에 아이파크몰을 비롯해 3000가구 규모의 주거단지, 웰니스 레지던스, 프라임 오피스,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호텔 등이 들어서는 미래형 복합도시 개발 사업이다. 아이파크몰이 들어설 상업시설은 중정을 품은 인도어몰(약 1만600평)과 경춘선 숲길과 연결되는 스트리트몰(약 7000평) 등 총 2만3000평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다.

아이파크몰 관계자는 “매장을 콘텐츠 중심으로 꾸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마니아 고객들의 방문이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주기적으로 콘텐츠를 교체하면서 더 많은 마니아분들이 찾아오고 있고 그 결과 일평균 방문객 수가 3만명까지 증가했다”며 “올해도 12월까지 계속 다양한 IP 콘텐츠 팝업스토어가 기획돼 있으며 게임·애니메이션·피규어 등 마니아층의 관심을 끌 만한 콘텐츠들을 폭넓게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다빈 기자
dabin132@kukinews.com
이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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