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5일(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알가라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연장 전·후반까지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0대 3으로 무릎 꿇었다.
패색이 짙던 연장 후반 추가시간 1분 수비수 황재원(수원)의 동점골로 기사회생했으나 상승세를 승부차기까지 이어 가지 못한 채 결승 진출권을 놓쳤다. 아시안컵 원년인 1956년부터 1960년까지 2회 연속 우승했던 한국은 51년 만의 재도전에서 ‘숙적’ 일본에 발목 잡혀 결승 문턱을 넘지 못했다.
8강전 일정상 일본보다 하루 덜 쉰 탓에 체력적 부담을 안고 있었다는 점에서 당초부터 쉽지 않은 승부가 예고됐다. 그동안 팀 전체를 움직였던 박지성과 이영표(알힐랄), 차두리(셀틱) 등 베테랑 선수들의 투지도 이날만큼은 빛을 발하지 못했다.
일본도 체력적 열세에 놓인 한국의 약점을 노려 빠른 공격으로 몰아 붙였다. 120분 간 승부가 가려지지 않았다는 점은 어쩌면 한국에 기회를 제공한 셈이었다. 그러나 한국은 승부차기에서 초반 세 번의 기회를 모두 날려버렸다.
첫 번째와 두 번째 키커인 구자철(제주)과 이용래(수원)의 슛은 일본 골키퍼 가와시마 에이지(리에르세)의 선방에 가로막혔고 세 번째 키커 홍정호(제주)의 슛은 골대 밖으로 나갔다. 이들 모두 팀 내에서 상대적으로 국제대회 경험이 부족한 탓에 적지 않은 부담감을 안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승부차기에서는 첫 번째와 다섯 번째 키커의 역할이 중요하다. 특히 첫 키커가 실패할 경우 후발주자들의 실패 확률이 높아진다.
조 감독이 박지성과 이영표 등 경험 많은 베테랑 선수들 중 한 명을 첫 번째 키커로 배치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지 모른다.
일본의 경우 주장 하세베 마코토(볼프스부르크)가 연장전 때 교체돼 승부차기에 나올 수 없는 상황에서 팀 내 에이스인 혼다 케이스케(CSKA모스크바)를 첫 키커로 세웠다. 비록 세 번째 키커 나카토모 유토(체세나)가 실축했으나 알베르토 자케로니 일본 감독의 이 같은 선택은 적중했다.
물론 베테랑, 또는 에이스가 실패할 경우 부담은 더 커진다. 또 이청용(볼튼)과 지동원(전남) 등 좋은 슛 능력을 가진 선수들이 정규시간 중 교체돼 승부차기 키커로 배치할 수 없는 상황에서 조 감독이 선택할 여지가 많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