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는 여러 편이 있지만, 그 중에서 리처드 플레이셔가 감독한 1978년 판이 가장 잘 만들어졌다고 평가되므로, 이 영화의 내용을 살펴보았다.
우연히 같은 날에 태어난 왕자(에드워드)와 거지(톰)가 단지 옷을 바꿔 입음으로써 신분이 바뀐다. 하루아침에 왕자는 거지로 오인을 받아 궁전 밖으로 쫓겨나 거지 생활을 하게 된다. 그리고 거지는 자신이 왕자가 아니라고 수없이 밝히지만 정신이상 취급을 받으며, 궁중에서 여러 가지 사건들이 벌어진다. 결국, 왕자는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온다.
이 영화에서는 신분(역할)이 바뀜으로써, 진정한 왕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보여준다. 왕자에서 거지가 된 에드워드가 다시 자신의 모습을 되찾은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첫째, 겉모습이 바뀌었다고 해서 왕자가 거지인 것은 아니며, 스스로 좌절하지 않고 자신의 신분을 잃지 않았다. 둘째, 처음에는 가엾은 사람을 도와주는데 불과했지만, 끝까지 믿어주며 목숨까지 바칠 정도로 충성한 사람이 있었다. 셋째, 왕자의 역할을 했던 거지가 진짜 왕자가 나타났을 때 그 사실을 인정했다. 넷째, 왕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증표가 있었다.
상대방을 ‘이해하다’는 영어로 ‘understand’인데, 그 어원은 under와 stand를 합한 것이다. 그 의미는 ‘아래에 서 본다’이다. 즉, 상대방을 같은 높이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고, 상대방보다 아래인 상태에 있어야 진정으로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자 용어로 역지사지(易地思之)가 있는데, ‘처지를 바꾸어 생각하다’는 의미로, 영어와 마찬가지로 상대방의 입장에 서 보아야 진정으로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이다.

권력을 가진 위정자들은 바뀌지만, 백성은 변함없이 영원히 존속한다. 따라서 왕은 백성을 위해 존재해야 하며, 그것이 진정한 왕의 역할이다. 지도자들이 권력자의 입장이 아니라 백성의 입장에서 그들을 생각할 줄 앎으로써 더 따듯하고 풍요로운 나라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에드워드 왕은 거지생활을 하는 동안 보고 느낀 소중한 교훈들을 결코 잊지 않았다. 하지만 몇몇 신하들은 왕이 백성들에게 너무 호의적이라 권위가 떨어진다고 불평을 했다. 그럴 때마다 왕은 이렇게 말했다. “고통받고 억눌린다는 게 어떤 것인지 그대들이 어찌 알겠는가? 나는 알고 백성도 알지만, 그대들은 몰라.” 그는 가장 힘들었을 때의 교훈을 언제나 간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