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전선업계를 이끄는 LS전선과 대한전선 간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6년 전 기아가 두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LS전선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확정됐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대법원 민사1부는 기아가 LS전선과 대한전선, 엠파워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심 일부승소 판결을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
앞서 2012년 기아차는 신평택 복합화력발전소의 건설 부지를 확보하기 위한 송전선로 이설에 협조하기로 하고 LS전선과 엠파워에 시공을, 대한전선에 자재 공급을 맡겼다. 이후 2018년 9월 기아차 화성공장에 대규모 정전이 발생했다. 엿새간 차량 생산 라인 6개의 가동이 중단되며 기아가 추산한 피해 규모는 182억원에 이른다.
기아는 정전의 원인으로 지중 송전선로 이설 과정에서 하자 및 과실을 지목하며 LS전선과 대한전선, 엠파워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시공을 맡았던 LS전선에 단독 책임을 묻고 손해의 일부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1심은 손해액의 약 40%에 해당하는 72억8400만원을, 2심은 이보다 감액한 54억6351만원을 배상액으로 정했다.
재판 과정에서 LS전선은 케이블 자재에서 발생한 결함이 정전을 유발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전기안전연구원의 의견과 감정 결과 등을 종합해 대한전선에는 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LS전선은 2심 판결에 불복해 재차 상고했으나, 대법원이 심리불속행 기각하면서 판결이 최종 확정돼 LS전선의 배상액은 54억6351만원으로 정해졌다. LS전선은 “법리적으로 다툴 부분이 충분히 있었으나, 대법원이 기각해 아쉽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로 기아 손해배상 책임 공방은 일단락됐지만, 두 회사의 갈등은 여전하다. 대한전선은 현재 LS전선의 해저케이블 기술 유출 의혹과 관련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5년8개월간 이어졌던 양사간 부스덕트 관련 특허침해 소송은 지난달 LS전선의 최종 승소가 확정됐는데, 소송 과정에서 대한전선의 모기업인 호반그룹이 LS 지분을 매수한 사실이 알려지며 갈등이 증폭됐다. 호반그룹은 이를 단순 투자라고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향후 경영권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