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안산시의 시민참여형 미디어 콘텐츠 ‘안산보라(보이는 라디오)’가 ‘공공 미디어는 정책을 알려야 한다’는 기존 공식을 깬 운영으로 주목받고 있다.
정책 홍보나 시정 안내 없이 순수 시민들의 이야기로 프로그램을 꾸려가는 신선한 방식으로 운영하면서 시민들의 호응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3월 공고를 통해 선발된 10명의 시민 DJ가 선부광장·노적봉공원의 스튜디오에서 주 2회 생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중학생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 DJ들은 시청자 사연을 중심으로 각자의 취향과 관심사를 반영한 노래를 선곡해 안산시 유튜브와 관내 공원을 통해 송출한다.
때로는 좋아하는 시를 낭독하고 안산다문화거리의 추억을 담은 사연, 저녁 메뉴 추천 등 직접 경험한 도시의 일상을 소개하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최연소 청귤 DJ는 청소년들의 고민 상담 사연을 소개하고, 댄스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는 DJ 춤식이는 신나는 댄스 음악 추천과 유명 아티스트를 소개했다.
안산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우연히 안산보라를 켰다는 한 시청자는 "DJ가 준비한 수수께끼를 들으며 대체 안산 이야기는 언제, 어떻게 하나 지켜봤다"고 했다. 그러면서 "실뜨기·공기놀이를 치매와 연결한 멘트와 골목길의 풍경을 그린 노래를 들으며 조급했던 마음이 차분해졌다"고 말했다.
특히 "시정 홍보나 정책 설명이 등장하지 않았지만 어렸을 적 꼬불한 골목길 풍경 이야기와 지금의 안산 이미지가 겹치며 발전된 지역에 대한 자부심이 차오르는 경험을 했다"고 신기해했다.
안산보라는 미디어에 대한 불신이나 피로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말하지 않고도 이미지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현재까지 총 17회 방송을 진행해 오며 평균 조회수 2000회 이상(누적 조회수 2만여회)을 기록하며 성장하고 있다.

라디오를 들으며 젊은 시절을 보냈다는 중년의 DJ는 "제가 어릴 때는 라디오가 유일한 소통 창구였다. 그래서 언젠가 꼭 한번 라디오를 진행해 보고 싶었는데 안산보라를 통해 꿈을 이루게 돼서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안산보라는 시민들의 꿈을 응원하는 창구로 행정과 시민을 연결한 사례로 의미가 있다.
선발된 DJ들은 멘트와 선곡 등 방송 준비에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만 활동하는 이유는 “즐거워서”라고 한다. 시청자들 역시 같은 이유로 즐겨 듣는다. 이렇듯 일방적으로 알리고 설득하고 주입하는 홍보에서 쌍방향 소통을 제시하는 접근은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시민들은 '안산보라'가 정책을 말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시민과 더 가까워지는 행정의 시작을 알리고 공공 커뮤니케이션의 방향을 새롭게 제시할 수 있을지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