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봉화군 낙동강 상류에 위치한 영풍 석포제련소가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이다. 1970년부터 가동된 이곳은 세계 4위 비철금속 제련소로 성장하며 봉화군은 물론 대한민국 산업계 전반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그래서일까. 최근 봉화군의회는 석포제련소와 관련된 환경 논란에 이례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제련소가 환경당국의 토양정화명령을 이행하지 않아 행정처분을 앞두고 있음에도, 봉화군의회는 “공장 구조상 단기간 내 완전한 정화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정부와 관계당국, 지역사회, 환경단체가 협의체를 구성해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건의문을 발표했다. 지방의회가 중앙정부의 환경 정책에 사실상 유보적 입장을 밝힌 것은 보기 드문 일이기도 하다.
사실 지자체 입장에선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데다, 주민의 생존권, 지역경제가 달려 있는 석포제련소의 폐쇄 및 이전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영풍 측에서 수천억 원대 비용을 들여 환경개선혁신계획을 추진해 왔다는 점도 충분히 알고 있다.
그러나 정화명령은 이미 2015년에 내려졌고, 2023년에는 이행 기간까지 연장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2월 기준 이행률은 1공장이 16%, 2공장은 고작 1.2%에 불과하다. 이 상황에서 ‘이제 와서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하자’는 주장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더욱이 석포제련소가 2000년대 초반부터 환경오염 방지를 위한 정화작업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는 점에서, 20년 넘는 시간 동안 실질적인 개선이 왜 미미한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토양 문제만이 아니다. 비슷한 기간 동안 석포제련소는 폐수를 무단 배출하다 ‘물환경보전법’ 위반에 따른 조업정지 처분을 받았으며, 황산 감지기 경보장치를 끈 채 조업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103가지 환경 문제 등을 3년 내 개선한다는 조건으로 2022년 통합환경허가를 받은 뒤에도 관련 허가 4개월 만에 6가지 법령을 위반했다. 근로자 사망사고도 잇따랐다.
특히 이러한 문제의 주체인 영풍 측은 그간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려는 진정성 있는 노력을 먼저 보여야 한다. 회사 측에선 막대한 비용을 들여 환경정화 작업을 이행하고 있다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개선이 이뤄졌는지 국민이 체감하기엔 부족한 실정이다. 정말로 환경정화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면 석포제련소의 존속은 정당성을 얻을 수 있다. 반대로 그 노력과 실적이 불충분하다면 폐쇄 또는 이전 논의는 불가피하다.
분명 석포제련소는 봉화군은 물론, 우리나라 산업계에 큰 영향을 준 역사적이고 상징적인 시설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냉정하고 엄격한 기준이 있어야 하며, 장기적으로는 지역주민의 건강권, 생존권 보장을 위한 판단이 필요하다.
나아가 낙동강 상류는 봉화군을 넘어 1200만 영남 시민의 식수원이자 한반도를 관통하는 가장 긴 강줄기다. 이곳에 자리한 석포제련소는 단지 봉화군만의 문제가 아니다. 새 정부 공약에 따라 추후 석포제련소의 폐쇄 또는 이전 조치가 단행된 이후에도, 완전한 환경정화 작업을 위해 영풍 측이 끝까지 책임 있는 태도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