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1907년에 태어났고, 현재 대한민국에서 환자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대학교에서는 식품가공학를 전공했다가 청송교도소에서 경비교도대로 군 생활을 한 것이 계기가 되어 변호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다시 법학을 전공했습니다.
결혼을 하고 시작한 8년간의 고시생활은 사법시험 2차에 연속 4번 고배를 마신 후 끝냈습니다. 2001년 아내가 고가의 표적항암제 ‘글리벡’을 복용해야 하는 ‘만성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은 후 투병을 시작한 것과 글리벡 약가인하 운동에 참여한 것이 인연이 되어 2005년부터 한국백혈병환우회에서 환자운동을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한국백혈병환우회와 2010년 출범한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로 환자를 대변하는 공익활동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의료현장을 뛰고 있는 “아젠다 세일즈맨”
저의 활동을 쉽게 설명하는 별명이 하나 있습니다. “아젠다 세일즈맨”입니다. 제가 주로 하는 일이 의료현장을 찾아다니며 발굴한 아젠다(agenda)를 잘 포장(환자의 스토리를 잘 정리하고 여기에 전문가 자문을 추가해 누구나 쉽게 스토리와 논점을 이해할 수 있도록 문서나 영상을 만드는 것)해 언론·방송사 기자, 정부 공무원, 국회 보좌관에게 판매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젠다를 팔아서 돈을 버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포장한 아젠다를 기자에게 주면 ‘기사’가 되고, 공무원에게 주면 ‘정책’이 되고, 보좌관에게 주면 ‘법률’이 되었습니다. 이것이 수익이라면 수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의료현장에서 만난 정종현 어린이 엄마의 이야기에서 “종현이법”으로 불리는 ‘환자안전법 제정’이, 전예강 어린이의 이야기에서 “예강이법”으로 불리는 ‘의료분쟁 조정신청 자동개시제도’와 ‘진료기록 수정 시 원본·수정본 모두 열람·발급제도’가 나오게 된 것도 종현이 어머니와 예강이 어머니의 이야기에 전문가 자문을 더해 잘 포장해 언론·방송사 기자, 정부 공무원, 국회 보좌관에게 준 것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의료사고 사과법” 아젠다를 찾아서
저는 요즘 의료사고 발생 시 의료진이 피해자나 유족에게 직접 설명하면서 표시한 유감·공감·동정 등의 애도의 말은 재판에서 유죄의 증거로 사용되지 않도록 하는 환자안전법 개정의 목소리를 내어줄 의료사고 피해자나 유족을 찾고 있습니다.
의료사고가 발생해 의료진과 피해자·유족이 만나더라도 지금처럼 서로 녹음기 켜고 재판에 유리하게 이용할지도 모르는 발언을 녹음하는 상황에서는 유감·공감·위로 등 진심어린 애도의 말을 할 수 없습니다. 이것이 의료분쟁을 촉발시키는 도화선이기 때문에 재판에서 애도의 말을 증거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의료진과 환자 간의 신뢰를 유지하면서 의료분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저는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저는 오늘도 새로운 아젠다를 찾기 위해 의료현장을 뛰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유튜브채널 [누구나환자다]를 통해서도 의료현장의 생생한 이야기(환자N이슈: 공익적 의료민원 좋아요.)를 전달 하겠습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