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차·영끌·빚투…DSR 앞두고 가계빚 ‘발등의 불’

막차·영끌·빚투…DSR 앞두고 가계빚 ‘발등의 불’

기사승인 2025-06-25 06:05:04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가계부채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금융당국 압박에 은행들은 ‘대출 조이기’에 나섰지만, 기준금리 인하 기대와 부동산 경기 회복에 따른 폭발적인 대출 수요를 가라앉히기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19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52조749억원으로, 5월 말(748조812억원)보다 3조9937억원 늘었다. 4월(4조5337억원), 5월(4조9964억원)에 이어 석 달 연속 4조원대 증가세다. 하루 평균 가계대출 잔액은 약 2102억원씩 늘고 있다. 하루 평균 가계대출 증가액과 이달 가계대출 증가액 추정치는 지난해 ‘영끌’ 광풍 직전인 7월(하루 2312억원·월 7조1660억원)에 근접하고 있다. 

대출 별로 보면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 포함)이 5월 말(593조6616억원) 대비 2조9855억원 늘어 가계대출 전체 증가를 견인했다. 신용대출도 1조882억원 증가하며 5월 전체 증가폭(8214억원)을 뛰어넘었다. 이달 말까지 이러한 추세가 유지되면 6월 가계대출은 총 6조3000억원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가계대출 증가세의 주된 요인으로는 부동산과 증시 등 자산 가격 상승에 따른 강한 매수 심리가 거론된다. 최근 서울 아파트값이 6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고, 코스피 지수도 3000선을 회복하면서 자산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대출 수요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다음달부터 시행되는 ‘3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앞두고 ‘막차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겹쳤다. 스트레스 DSR이란 대출자가 소득 대비 갚아야 할 원리금 비율을 계산할 때 미래 금리 상승 가능성을 고려해 실제보다 높은 금리를 적용하는 가계대출 억제책이다. 차주의 실제 이자 부담에는 영향을 주지 않지만, 대출 한도는 줄어드는 구조다. 이 규제가 적용되면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출 한도가 약 3~5% 줄어들게 된다.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은행들 대출 조이기 돌입…영끌 심리 꺾일까

가계대출 폭증세에 금융감독원은 지난 16일 주요 시중은행 가계대출 담당 부행장들을 긴급 소집해 간담회를 열고, 월별·분기별 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넘기지 말 것을 주문했다. 목표치 초과 시 현장 점검도 예고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가격·비가격 조치를 총동원해 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신한은행은 7월 실행되는 대출모집인 주담대를 제한한다. 농협은행은 이날부터 대면과 비대면의 모기지 보험(MCI·MCG) 가입을 일시 차단했다. 이 보험이 없으면 소액 임차보증금을 뺀 금액만 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대출 한도 축소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외에도 갈아타기 대출, 수도권 유주택자의 주택구입자금 대출 등도 잇달아 중단한 상태다. 

금리 인상도 이어지고 있다. 국민은행은 이달 초 비대면 주담대 가산금리를 0.17%포인트(p)올렸다. 우리은행은 변동형·주기형 주담대 금리를 0.06%p 인상했다. SC제일은행 역시 주담대 만기를 최장 50년에서 30년으로 단축하는 동시에 영업점장 전결 우대금리를 축소하며 수요 조절에 나섰다.

문제는 DSR 3단계 시행과 은행권의 대출 억제 조치에도 불구하고, 대출 수요가 꺾이지 않는 경우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세계 다섯 번째로 높다. 가계빚이 많아지면 소비 여력이 줄어들어 내수 위축과 성장 둔화로 이어지기 쉽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정책의 실효성도 떨어뜨린다.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통화 완화가 집값과 가계대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23일 열린 은행권 간담회에서 “금리 인하 기조 아래 주택시장과 가계부채 리스크가 재확대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은행권은 금리 인하기에 자율규제 조치로는 대출 관리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대출금리를 올려 문턱을 높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시장금리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이재명 대통령이 ‘예대금리차 축소’ 필요성을 강조한 만큼 대출금리 인상은 부담스러운 카드다.

인위적인 대출 축소 조치가 이어질 경우 애꿎은 실수요자에게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새로운 규제 시행 전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대출 수요가 가팔라지고 있다”며 “하지만 실수요자까지 줄줄이 막히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어 정교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추가 규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9일 국정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전세자금대출과 정책모기지론 등을 DSR 규제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이들 대출은 서민 주거 안정을 이유로 규제에서 제외됐지만,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지자 재검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금융위 측은 “아직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계속될 경우, 당국이 보다 강도 높은 규제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대출 가산금리를 인위적으로 올리거나, 생활안정자금용 주담대가 다른 용도로 활용되지 않도록 한도를 축소하는 방식이 검토될 수 있다. 이런 조치에도 효과가 없을 경우, 1주택 세대의 수도권 주택 추가 매입 목적 주담대를 차단하고, 무주택자에게만 허용하는 고강도 조치까지 거론된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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