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기준 ‘8·15 광화문 집회’를 허가한 판사의 해임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34만여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판사의 잘못된 판결에 책임을 지는 법적 제도 역시 필요하다”며 “왜 그들의 잘못은 어느 누구도 판단하지 않느냐”고 질타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 박형순 부장판사는 지난달 14일 ‘4·15 부정선거 국민투쟁본부’ 등 극우단체가 낸 광복절 집회 금지 통보 처분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박 판사는 “집회 개최를 원천 금지하는 서울시의 처분을 위법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 판사가 허용한 집회는 100명 규모였다. 그러나 집회 당일 광화문에는 5만여명이 운집했다. 방역 수칙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같은달 12일 확진자가 발생했던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도 참석해 논란이 됐다. 이후 전국 곳곳에서 광화문 집회 참석자 등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판사에게 비판을 쏟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은 1일 국회 예산결산특위에서 “코로나19 확산 계기가 됐다는 지적과 비판에 법원도 상황을 무겁게 인식하고 있다”면서 “(박 판사의) 결정문을 읽어봤는데 집회의 자유라는 국민의 기본권과 방역 조치 필요성이 충돌한 가치 속에서 내린 결정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박 판사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도 31일 ‘법관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에 우려를 표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변협은 “정치권에서도 법관의 허가 결정을 비판하고 나섰다. 해당 법관에 대한 공격성 발언으로 인해 사법부의 독립성 침해가 우려된다”며 “집회 허가 결정의 옳고 그름을 떠나 법관 개인에 대한 공격과 비난이 지속된다면 법관으로서는 소신을 지키기 어렵다. 여론에 영합한 판단을 내리게 될 위협도 있다”고 꼬집었다.
같은 날 현직 판사인 김태규 부산지법 부장판사도 SNS에 “이른바 박형순 금지법이라 불리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및 행정소송법 개정안’은 위헌”이라며 “무리하게 판사 이름을 넣어 위헌적인 입법을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사건과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등에서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두고 영장 담당 판사들의 실명이 오르내리기도 했다.
전문가는 판사 개인에 대한 비난이 사법의 독립성을 흔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장영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의가 항상 다수결은 아니다. 여론은 감정적인 요인에 따라 금방 달라질 수 있다”며 “판사 개개인에 대한 인신공격은 공정한 재판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판사가 항상 옳다는 이야기는 아니다”라며 “문제가 있으면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판사 개인을 비난하고 끌어내리는 것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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