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캐롯손보…“디지털 보험사 실효성 있나”

사라지는 캐롯손보…“디지털 보험사 실효성 있나”

기사승인 2025-04-28 17:07:43
온라인으로 90% 이상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디지털 보험업 존속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프리픽(Freepik)

온라인으로 90% 이상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통신판매 전문 보험사’(이하 디지털 보험사) 존속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3개 디지털 보험사 중 하나인 캐롯손해보험이 모회사인 한화손해보험에 합병돼 소멸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28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캐롯손보의 통신판매 전문 보험업 인가는 한화손보 합병에 따라 자연 소멸된다. 이를 위해 별도로 거쳐야 할 절차는 없다.

한화손보는 캐롯손보 인수합병을 진행 중이다. 같은날 티맵모빌리티, 카발리홀딩스 등 캐롯손보 주주로부터 지분 98.3%를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앞서 캐롯손보는 지난 2019년 출범 이후 매년 수백억원대 순손실을 냈다. 누적 적자 금액만 3300억원을 기록했다.

합병에 따라 캐롯손보의 보험업 인가가 소멸되면 국내 디지털 보험사는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보험과 카카오페이손해보험 2곳만 남는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은 지난해 76억원 순손실을 냈다. 카카오페이손보도 출범 이후 3년째 순손실을 내고 있다. 여행자보험 가입자 수가 300만명을 돌파하는 등 성과를 냈으나 흑자 전환에는 실패했다.

디지털 보험사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통신판매 전문 보험업 인가를 받은 디지털 보험사는 전화, 우편, 온라인 등 통신수단으로 90% 이상의 보험 계약을 모집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당초 보험업계의 디지털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해당 인가를 신설했다.

장기 보장성 보험은 보험계약기간이 길고 보험료가 높다. 지난 2023년 도입된 새로운 회계제도(IFRS17)에선 보험계약기간 동안 들어올 수익을 부채로 잡고 해마다 수입으로 전환하기 때문에, 장기 보장성 보험 보유 규모에 보험사의 수익이 좌우된다.

그런데 장기 보장성 보험은 담보가 많아 상품이 복잡하다. 이에 주로 대면으로 판매된다. 90% 이상을 비대면으로 판매해야 하는 디지털 보험사가 판매하기는 적합하지 않다. 반면 여행자보험 등 상품 구조가 간단해 통신수단으로 판매가 적합한 단기보험은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디지털 보험업계는 이에 여러 규제 완화를 금융당국에 요청해 왔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보험사 적자 원인은 IFRS17 도입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라며 “건전성 규제 기준을 낮춰 주거나 통신판매 제한 비율을 조정해 대면 판매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도 디지털 보험업의 실효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본다. 디지털 보험사가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손재희 보험연구원 연구실장은 “디지털 판매를 전제로 인가가 났기 때문에 여러 상품 출시에도 제한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통신판매 전문 보험업 전반에 대한 검토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박동주 기자
park@kukinews.com
박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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