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100, 석탄 혼합 연소 전면 배제에…발목 잡힌 발전5사

RE100, 석탄 혼합 연소 전면 배제에…발목 잡힌 발전5사

- 2025년 기술기준 개정안 “석탄 포함 추가 혼소 제한도 검토”
- 혼소 전환 놓고 갑론을박…“감축효과 없어vs현실 고려해야”
- RE100 기준 충족하려면…“정치적 접근법 배제, 일관성 必”

기사승인 2025-04-30 06:00:13
한국남동발전 삼천포 화력발전소. 한국남동발전 홈페이지 

국제 RE100 이니셔티브에서 석탄과 암모니아를 혼합 연소(co-firing)하는 방식을 재생에너지로 인정하지 않기로 하면서 무탄소에너지(CFE) 이니셔티브에 따라 혼소 전환을 추진 중인 발전5사의 입장이 다소 애매해졌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적극적인 정책적 제동이 필요하다는 입장과 업계 현실을 고려하면 혼소 단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 공존하는 가운데, 조기 대선 이후 다음 정권에서 RE100과 CFE를 비롯한 에너지 정책의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30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RE100 이니셔티브는 최근 2025년 기술기준(Technical Criteria) 개정안을 통해 석탄 혼소 발전 방식을 전면 배제한다고 밝혔다. 직전 기준이었던 2022년 기술기준에선 석탄 혼소 비율만큼 재생에너지를 인정하는 등 구체적 배제 조항이 없었지만 기준을 대폭 강화한 것이다. 특히 RE100은 “현재는 석탄 혼소만을 금지하지만, 향후 추가 조치를 검토할 계획”이라며, 추후 LNG(액화천연가스) 등 다른 화석연료 혼소 제한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밖에 재생에너지조달인증서(EAC) 통용 국가에서 전력망 내 조달 시 EAC 제출을 의무화하고, 15년 이상 경과된 발전소에서의 조달을 제한하는 등 개정안도 마련됐다. 이번 개정안은 2026년 사용분부터 적용되며 2027년 CDP(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 보고에 반영된다. 다만 15년 이상 경과된 발전소 조달 제한 사항은 즉시 적용된다.

2023년 확정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정부는 오는 2036년까지 전국 석탄화력발전소 59기 중 28기를 단계적으로 폐쇄하고, 수소·LNG 혼소 발전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석탄화력발전소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는 발전5사(남부발전·남동발전·동서발전·서부발전·중부발전) 역시 주요 경영 방침으로 ‘무탄소에너지 확보’를 꼽고 혼소 전환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RE100을 비롯한 국내외 환경단체 및 기구에서는 기후위기에 대응할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더욱 강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RE100 기술기준 개정 전-후 조항 비교.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홈페이지 

경남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전 세계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용량을 3배로 늘리고 에너지 효율은 2배로 향상시킬 것을 약속한 가운데, 한국의 기후 정책 방향은 여전히 위기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하동화력 1~6호기, 삼천포화력발전소 등 대부분의 노후 석탄발전소가 수소나 암모니아 혼소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러한 혼소 역시 탄소중립의 역주행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관계자는 이어 “암모니아 역시 석탄을 섞어 태우는 혼소 방식으로 석탄발전 수명을 연장하는 꼼수”라며 “암모니아 혼소 발전의 탄소 감축 효과는 무탄소 발전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약 20% 감축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지난 4월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과 함께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생에너지 정책 강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도 재생에너지 전환의 중요성과 속도를 인지하고는 있지만, 현실적인 대안이 동반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익명을 요구한 발전업계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100% 재생에너지 생산으로의 전환이 이뤄져야 하겠지만, 노후 발전소의 좌초자산화 우려와 함께 해당 지역경제 및 고용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들도 상존한다”면서 “이러한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면 정부 주도의 속도감 있는 전환 사업 추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RE100을 넘어 넷제로(NET ZERO)를 달성하기 위해 지속가능한 정책이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혼소 전환 등 여타 에너지 정책들이 정치적 영향을 받아 수립·철회를 반복하고 있다는 관점에서다.

환경단체 푸른아시아의 오기출 상임이사는 “RE100이나 CFE를 막론하고 가장 중요한 점은 에너지 전환에 있어 재생에너지냐 원전이냐를 놓고 숫자 싸움하는 것이 매우 협소한 접근법이라는 것”이라며 “차기 정부에서도 이러한 숫자, 구호에 매몰된다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오 이사는 이어 “에너지 정책은 에너지원뿐만 아니라 송배전 문제, 주민 주도적 정책 수립, 지산지소(地産地消, 지역 내에서 생산된 전력을 지역에서 소비)형 분산에너지 시스템, 에너지 소비구조 등 복합적이며, 또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탈탄소라는 대전제가 확실히 정해져 있기 때문에 최소 50년 이상의 종합적인 장기 플랜을 수립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토대로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야 정권이 바뀌더라도 일관되고 지속가능한 정책이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김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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