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덕근 “체코원전 계약 잠시 지연될 뿐…프랑스 입찰서와 질적 차이 커”

안덕근 “체코원전 계약 잠시 지연될 뿐…프랑스 입찰서와 질적 차이 커”

기사승인 2025-05-08 13:58:52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7일(현지시간) 프라하 체코 총리실에서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와 면담을 갖고, 한-체코 양국 간 산업·에너지·건설·인프라·과학기술 등의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체코 신규 원전 사업의 최종 계약 체결이 체코 지방법원의 가처분 결정으로 제동이 걸린 데 대해 “잠깐 절차적으로 지연되는 부분이며, 계약이 무산된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안 장관은 7일(현지시간)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계약 체결이 단순히 시간 낭비에 그치지 않고 한국 원자력 산업계의 신뢰를 쌓는 계기로 만들려고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체코 브르노 지방법원은 체코 신규 원전 사업에서 탈락한 프랑스전력공사(EDF)가 제기한 행정 소송 본안 판결이 나올 때까지 한국수력원자력과 발주사인 체코전력공사(CEZ)의 자회사 두코바니Ⅱ 원자력발전사(EDUⅡ) 간의 최종 계약 서명을 금지하는 가처분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체코전력공사는 이에 반발해 항고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안 장관은 “(프랑스 EDF와는) 입찰서 자체의 질에서 큰 차이가 있었고, 한수원은 투명성을 포함한 절차적 측면에서도 의심의 여지가 없도록 굉장히 조심했다”며 “체코 내에서도 에너지 정책을 둘러싼 여야의 입장이 다르지만, 이번 기회에 명명백백히 따져 한국수력원자력의 원전 발전 설비가 얼마나 안정성·경제성에서 우월한지 체코 국민들이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5년 뒤 테멜린 단지 내 원전 3·4호기 건설 계획이 확정되면 이번 두코바니 신규 원전 계약 지연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록 한수원과 체코전력공사 간 두코바니 신규 원전 2기 건설 사업의 최종 계약 서명식은 무산됐지만, 한국과 체코 양국은 원자력·첨단산업 등 분야에서 총 14건의 협약 및 MOU를 예정대로 체결했다.

안 장관은 이번에 체결된 MOU 등을 통해 체코 내 기술 고도화에 양국이 힘쓰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제조업 기반은 갖췄지만 첨단산업으로의 도약이 필요한 체코와, 글로벌 시장에서 전략적 파트너십이 필요한 한국이 손잡고 체코 내 인프라 조성과 산학 협력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안 장관은 “1980년대 한국이 첨단산업으로 넘어온 것과 같이 체코가 현재 딱 그 단계에 놓여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전략 파트너로 한국을 꼽고 있다”며 “한국도 국내 시장은 작지만 글로벌 산업·생산 파트너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체코는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추진 중이고, 원전이 안전한 에너지원으로 안착하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산업도 발전할 수 있다”며 “지금은 출발 단계라 양국 협력이 어느 정도 수준이 될지는 두고 봐야 하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상생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안 장관은 체코가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한국의 ‘우군’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강조했다. 한국과 체코는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의 성공적인 추진과 함께 제3국 공동 진출 및 체코 원전 추가 2기 건설을 위해 협력하는 내용의 ‘한·체코 원전산업 협력 약정’을 체결했다.

안 장관은 “제3국 공동 진출과 관련해서는 특정국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지만, 체코는 글로벌 시장에서 함께할 수밖에 없는 우군으로, 다음 (원전 진출) 시장이 결정되면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체코 측이 고민하는 점은 원전 산업의 현지화·국산화(localization)이며, 양국이 이번 사업 하나로 끝낼 게 아니라 글로벌 원전 산업 전체의 가능성을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 장관은 ‘유럽 회사들이 지역 내 원전 시장을 독점하는 경향이 있다’는 취지의 질문에는 “한국의 원전 산업에서 민간 협력이 잘 되고 있고, 한국은 믿을만한 파트너라는 이미지를 세계 시장에 각인시키는 게 제일 중요하다”며 “얼마 전 한수원과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체결한 MOU도 팀코리아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장관은 “국내 대선 상황에서도 국회 대표단이 프라하에 와 이 사업을 초당적으로 지지하는 걸 보여준 것이 체코 상원의원에 주는 메시지가 있을 것”이라며 “에너지 정책은 몇 세대 앞을 보고 가는 것이라 일관성이 중요하며, 국회가 현시점에서 가장 절실한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김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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