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망할 정도로 높은 자살률, 대응 전담기구 설립해야 [취재진담] 

민망할 정도로 높은 자살률, 대응 전담기구 설립해야 [취재진담] 

기사승인 2025-08-06 14:01:17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보건복지부에 던진 첫 질문은 의정갈등도 연금개혁도 아닌 자살률에 관한 것이었다. 지난 6월5일 취임 후 첫 국무회의에서 “우리나라 자살률이 왜 이리 높나요?”라고 물었다. 같은 날 안전치안점검회의에서도 “우리나라 자살률이 정말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높다. 예방 여지가 분명히 있다. 잘 살펴봐 달라”며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이 언급했듯이 실제 한국의 자살률은 ‘민망할 정도’로 높다. 복지부가 발표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건통계 2025’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자살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23.2명으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OECD 회원국 평균 10.7명의 2배를 뛰어넘었다. 지난 2003년부터 22년 연속 1위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그간 정부의 자살 대응 정책 총괄은 보건복지부 내 자살예방정책과가 맡았다. 기본계획 수립, 시범사업 추진, 자살예방정책위원회 개최 등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범부처 기구가 아니다 보니 기획, 조정, 집행 전반을 총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문재인 정부가 국무조정실의 ‘국민생명지키기 추진단’을 통해 범부처 간 자살예방정책 전반에 관한 지휘·감독을 했지만,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며 이를 해체했다. 자살예방정책 컨트롤타워가 사라지면서 범부처 간 협력 기능이 약화됐다는 우려가 컸다. 

자살 예방 거버넌스를 손질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자살 예방 정책은 보건복지부만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자살의 원인은 보건이나 복지 영역 외에도 노동, 경제, 교육 등 복합적으로 발생한다. 단순히 생각해 봐도 청소년의 경우 교육부와 여성가족부가, 고용 불안정성 문제는 고용노동부, 정책 예산은 기획재정부 등 여러 부처가 얽혀있는 사안이다. 현재 체계는 정부 각 부처와 유기적 연계가 어려운 구조다.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선 부처 칸막이를 낮추고 과감한 정책을 펼칠 범부처 총괄 기구가 필요하다. 단순 자문이나 협의만 하는 수준을 넘어 실질적 집행 기능과 부처 간 조율 권한을 갖는 중앙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을 수행할 조직이어야 한다. 

OECD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선 국가의 노력이 중요하다. 실제 정부가 지난 2011년 자살예방법을 제정하고, 다양한 예방사업을 추진하면서 자살률은 다소 줄어들었다. 2010년 31.2명이었던 자살률이 2020년에는 25.7명으로 17.7% 떨어졌다. 5.5명을 더 구조한 것이다. 정부가 적극 나서면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방증이다. 이 대통령이 자서전을 통해 소년공 시절 두 차례 자살을 시도했던 경험을 밝히며 언급했던 “생이 벼랑 끝에 몰릴 때 듬직하게 기댈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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