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진호의 AI, 사람을 향하다] AI의 기술 앞에서, 다시 인간다움으로

[금진호의 AI, 사람을 향하다] AI의 기술 앞에서, 다시 인간다움으로

금진호 목원대학교 겸임교수/인간 중심 AI 저자 

기사승인 2025-06-18 09:23:54
금진호 목원대학교 겸임교수

성경에 보면 삶에 지쳐 물동이를 들고 우물가를 찾은 사마리아 여인이 나온다. 이 여인은 사람들이 찾지 않는 뜨거운 정오 무렵에 우물을 찾는다.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온 길, 그녀가 안고 온 것은 물동이뿐 아니라 채워지지 않는 마음의 갈증이었다. 그녀는 이미 다섯 명의 남편이 있었고, 지금은 함께 사는 여섯 번째 남편이 있지만, 그는 남편이 아니었다.

그녀는 사랑을 원했으나, 삶에서 더 깊은 허기를 겪고 있었다. 이 여인을 만난 한 나그네가 말한다. “네 남편을 데려오라.” 이 질문은 단순한 관계 확인이 아니었다. 그녀의 삶의 결핍을 꿰뚫고, 마음속 깊은 진짜 갈망을 끌어내는 질문이었다. 이 여인은 물이 아니라 해갈을 갈망하던 영혼이었고, 그곳에서 그녀는 낯선 나그네를 만나 깊숙한 갈증을 드러나게 했다.  

이 장면은 놀랍게도, 오늘날 우리가 AI를 대하는 장면과 맞닿아 있다. 우리는 매일 AI를 통해 지식을 얻고, 조언을 구하고, 원하는 답을 찾으며 때론 감정의 도움을 받으려 한다. 누군가는 AI에게 삶의 의미를 묻고, 누군가는 AI에게 외로움을 토로한다. 우리가 AI에 기대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그것은 사마리아 여인이 여섯 번째 남편에게 기대했던 것과 같은 “이번엔 나를 이해해줄 거야”라는 절박한 기대에 입을 여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AI는 팩트를 말해 줄 수는 있어도, 나를 공감해 주지는 못한다. 나를 사랑하지도 않고, 나와 함께 아파하거나 울어주지도 않는다. AI는 오늘날의 ‘우물’과 같이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생성해 주지만 인류의 근본적인 갈증은 채워지지 못한다. 

챗봇 AI는 사마리아의 ‘우물’처럼 지식과 해답을 찾기 위해 사람들이 매일 찾는 공간이다. 그러나 우리가 AI에서 찾는 것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고, 이해받고 싶고, 고독을 달래고 싶지만, 그 깊은 갈증은 AI로 채워지지 않는다. 성경의 나그네는 여인의 진실을 드러내되 그녀의 존재를 꿰뚫는 따뜻한 시선으로 물어본다.

챗GPT로 생성한 사마리아 여인 이미지.

반면 AI는 인간의 진실을 수집하지만, 그것에 감정을 부여하지는 못했고, 공감의 기술을 흉내 내지만, 영혼의 갈증을 해결하지는 못했다. 마치 나그네가 여인에게 “네 남편을 데려오라”고 말했을 때, 그 말이 곧 그녀의 삶 전체를 열어젖히는 문이 되었듯, 우리도 AI를 통해 문은 열지만 그 해답을 찾지는 못한다.  

AI는 물을 긷는 우물과 같이 방대한 지식을 품고 있는 빅데이터일 뿐이지, 그 앞에 선 인간의 원초적인 갈증은 해결 받지 못한다. 진짜 생명의 물을 마실 것인가, 아니면 끝없이 퍼내는 갈증의 반복 속에 머물 것인가. 기술은 무감각한 거울과 같이 우리를 비추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더 뚜렷이 인간이 된다. 사마리아 여인처럼, AI를 통해 묻고 또 들으며, 인간이라는 존재의 갈증이 어디서 해갈되는지를 다시금 깨닫게 되는 것이다.

AI를 통해 지식의 깊이는 나날이 깊어지지만, 정작 우리 마음은 여전히 목마르다. 우리는 기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는 있지만, 존재의 의미를 발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사마리아 여인이 진짜로 원했던 것은 ‘남편’이 아니었다. 그녀가 갈망한 것은 존중, 이해, 존재의 가치였다. 사람과 사람이 함께 사는 세상을 원했고 미움과 상처가 없는 세상을 바랐다.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생수는 관계의 눈빛, 존재를 꿰뚫는 이해, 그리고 그녀를 정죄하지 않는 따뜻함이다. AI는 나를 가리키며 우리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 도구다.

그 앞에서 우리는 스스로 질문한다. “나는 지금 무엇으로 목마름을 채우려 하는가?” “내가 기대고 있는 것은 생수인가, 반복되는 갈증인가?”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간에 대한 관계는 더 멀어져 간다. AI 시대, 우리가 진짜로 만나야 할 대상은 어쩌면 사마리아 여인 앞에 선 그 사람인지도 모른다. 

 

홍석원 기자
001hong@kukinews.com
홍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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