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대 금융지주가 상반기 10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경기 부진 우려와 금리 인하에 따른 이자이익 둔화에도 불구하고, 비이자이익 증가가 실적을 뒷받침했다.
KB·신한·하나·우리, 당기순익 10.3조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0조3254억원으로 전년 동기(9조3526억원) 대비 10.4% 증가했다. KB·신한·하나금융은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4대 금융지주는 모두 시장 전망치를 상회했다. 특히 KB·신한금융은 나란히 상반기에만 3조원을 넘는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하나금융도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실적 호조의 배경으로는 비이자이익 확대가 꼽힌다. 지난해 부담 요인이었던 홍콩 H지수 ELS 충당금이 해소된 데다, 금리·환율 하락에 따라 증권 관련 수익이 개선되며 비이자 부문이 실적을 견인했다. 이자이익 역시 견조하게 유지되면서 전체 실적 상승세를 뒷받침했다.
상반기 ‘리딩금융’ 타이틀은 KB금융이 차지했다. KB금융은 상반기 3조435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8% 증가했다. 주가연계증권(ELS) 충당부채 적립 부담이 사라지고, 환율하락·주가지수 상승 덕분에 비이자이익이 전반적으로 확대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견인했다.
신한금융도 3조374억원을 거두며 반기 기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2조7470억원) 대비 10.6% 증가한 실적이다. 천상영 신한금융그룹 재무 부문 부사장은 “비이자이익 중심의 견조한 실적 개선과 안정적인 영업비용 관리를 통해 그룹의 안정적 재무 펀더멘털을 재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 역시 상반기 순익 2조3010억원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전년 대비 11.2% 증가한 수치다. 2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1733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347억원) 대비 13.4% 올랐다.
우리금융만 유일하게 역성장을 기록했다. 상반기 순익은 1조5513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7555억원) 대비 11.6% 줄었다. 다만 2분기만 보면 9346억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금리인하기에도 이자이익 선방, 非이자이익 확대
견고한 이자이익은 호실적을 견인했다. 4대 금융지주의 상반기 이자이익은 KB금융 6조3687억원, 신한금융 5조7188억원, 하나금융 4조4911억원, 우리금융 4조5138억원으로 총 21조92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자이익을 불리는 예대금리차가 확대됐고,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전 대출 수요가 몰린 영향이다.
금리와 환율 하락으로 증권 수익 등이 개선되며 비이자이익도 크게 늘었다. KB금융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10.9% 늘어난 2조7233억원의 비이자이익을 기록했다. 특히 2분기 기준 순수수료 이익은 분기 기준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하며, 그룹 실적을 견인했다. 신한금융도 수수료이익과 유가증권 관련 이익이 늘며 상반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한 2조2044억원의 비이자이익을 기록했다. 하나금융 또한 매매평가익과 수수료이익의 수익 구조 다각화를 통해 작년 상반기 대비 10% 증가한 1조3982억원의 비이자이익을 기록했다. 우리금융의 비이자이익은 8863억원으로, 전년 동기(8854억원) 수준이다.
다만 하반기 전망은 낙관하기 어렵다. 이자이익 성장이 둔화될 가능성이 있는 데다, 정부의 금융 상생 압박이 거세지고 있어서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국내 금융기관도 손쉬운 이자놀이에 매달릴 게 아니라 투자 확대에 신경써달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정부가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목표치를 전년 대비 50% 낮춰잡은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4대 금융그룹의 연간 순이익이 18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지만, 정책적 제약도 함께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실적 지속 여부는 불투명하다.
주주환원과 관련해서는 4대 금융 모두 확대 전략을 유지했다. KB금융(8500억원), 신한금융(8000억원), 하나금융(2000억원)이 추가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내놨다. 올해 결산배당부터 비과세 배당을 도입하기로 한 우리은행도 직전 분기와 똑같은 현금배당(200원)을 발표했다. 양호한 실적과 주주친화적 정책에 힘입어 이날 금융지주 주가는 일제히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