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경기마다 두 골 이하의 낮은 득점력을 보여줬다. 준결승전까지 6경기에서 불과 7골을 넣었다. 간판 스트라이커 페르난도 토레스(리버풀)의 골 묵과 FC바르셀로나 출신들로 무장한 팀 조직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점은 스페인의 명성을 먹칠하기에 충분했다.
월드컵 무대에만 오르면 한없이 작아지는 스페인이었다. 브라질과 이탈리아, 독일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전통의 강호지만 월드컵 도전 80년사를 암흑 속에서 보내야만 했다. 스페인이 월드컵에서 거둔 가장 좋은 성적은 1950년 브라질대회 4위였다.
개최국으로 출전했던 1982년 대회에서는 조별리그 2라운드에서 탈락하며 망신당했다. 매 대회마다 최강 전력을 과시하고도 우승은커녕 결승전에도 오르지 못했던 탓에 ‘모래알팀’이라는 조롱에 시달려왔다. 혹평은 이번 월드컵 초반까지 계속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무언가 달랐다. 부진한 토레스 대신 공격수 다비드 비야가 골러시에 적극 참여했다. 비야도 침묵할 때는 베테랑 카를레스 푸욜(이상 바르셀로나)이 나서 상대의 골문을 열었다. 모래알 같던 조직력은 진흙처럼 견고했다.
매번 선제골을 넣고 역전을 허용하는 법도 없었다. 2년 전보다 화려함이 줄었으나 분명 이기는 축구를 구사했다. 골 폭풍을 몰아쳤던 독일에도 단 한 번도 골문을 열주지 않고 영패의 수모를 안겨줬다. 스페인이 결승 진출을 확정짓는 순간 손가락질은 찬사로 변해있었다.
스페인은 12일(한국시간)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결승전에서 네덜란드를 1대0으로 꺾고 사상 첫 우승트로피에 입맞춤했다. 80년 무관(無官)의 오명을 털어낸 ‘무적함대’ 스페인의 월드컵 여정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