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가리는 농협은행, 운전자금 대출 영세中企 외면

낯가리는 농협은행, 운전자금 대출 영세中企 외면

기사승인 2018-06-15 05:00:00

#경기도에서 작은 제조업을 운영하는 A씨는 얼마 전 운전자금 5000만원을 대출을 받기위해 금리가 가장 낮은 인근의 농협은행을 방문했다. 하지만 농협은행은 기업의 재무제표를 본 후 대출을 거절했다. 운전자금이 급했던 A씨는 기업은행을 방문해 보라는 지인의 추천으로 기업은행에 다시 대출을 신청했고 대출을 받는데 성공했다.

농협은행의 중소기업 운전자금 대출 금리는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이에 급한 운전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인근 농협은행을 방문했지만 재무제표 위주의 심사에 대출을 거절당하는 중소기업들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들은 농협은행이 영세 중소기업은 무시한 채 우량 중소기업 위주로 대출을 취급한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15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2~4월 농협은행의 중소기업 운전자금 대출 평균금리는 3.97%를 기록했다. 이는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기업 등 국내 6대 은행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여타 은행은 4.00%~4.36%의 평균 금리를 보이고 있다.

특히 농협은행에서 올해 2~4월 중기 운전자금 대출을 받은 이들 가운데 91.5%는 5% 미만의 금리를 적용받았다. 여타 시중은행이 70~80%대인 것과 달리 농협은행만 유일하게 90%대를 기록했다.

농협은행의 낮은 중기 운전자금 대출금리는 중기의 대출 이자부담을 경감한다는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상호저축은행권의 기업대출 평균 금리가 8%대인 것을 고려하면 절반도 안 돼는 수준에 중기에 자금을 공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농협은행의 중기 운전자금 대출을 놓고 불만을 토로하는 이들도 많다. 주로 영세 중소기업들이다. 이들은 농협은행의 운전자금 대출을 ‘하늘에 별 따기’로 설명하고 있다. 농협은행이 90% 이상의 대출자에게 5% 미만의 낮은 금리를 제공할 수 있었던 비결이 영세 중소기업 대출을 취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은행권의 반응도 비슷하다. 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특별한 지원이 없을 경우 은행의 대출금리와 대출자의 신용도는 비례하게 되어있다. 특정 은행이 타 은행 보다 낮은 금리의 대출 비중이 높다는 것은 우량고객 위주로 대출을 취급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농협은행은 이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최근 은행들이 모두 중소기업 대출을 확대하고 있다. 농협은행도 중기대출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대출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우량 중소기업 위주로 대출을 늘리는 것은 은행의 손실관리를 위해 당연 의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타 은행보다 농협은행이 그나마 중기대출을 원활히 취급해 주는 편”이라고 해명했다.

은행의 리스크 관리에 따라 대출을 거부당한 영세 중소기업들은 제2금융권이나 사채시장으로 몰리면서 우리 경제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영세 중소기업들의 금리 부담이 올라가 이러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영세 중소기업 모 CEO는 “작은 중소기업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것은 여전하다. 기술력이나 성장 가능성을 본다고 하지만 최우선은 재무제표”라며 “농협은행도 농업회사가 아니라면 문턱이 높은 것은 다른 은행과 다를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은행에서 대출을 못 받은 영세기업들은 높은 이자를 주고 저축은행이나 사채시장에서 돈을 빌린다”면서 “금리가 올라가면 이런 기업들이 우후죽순처럼 무너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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