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때마다 ‘총리 대망론’…또 다시 한덕수에 기대 거는 국민의힘

탄핵 때마다 ‘총리 대망론’…또 다시 한덕수에 기대 거는 국민의힘

기사승인 2025-04-28 19:27:19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안보전략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총리 대망론이 다시 정치권을 흔들고 있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빅텐트'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다. 역대 국무총리 출신 유력 대선 주자 가운데 집권에 성공한 사례는 없지만, 국민의힘은 반(反)이재명 구도와 중도 확장 전략을 앞세워 한 대행에게 기대를 거는 모양새다.

28일 국민의힘 경선 주자들은 한 대행과의 '빅텐트' 단일화 시나리오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김문수 후보는 “한 대행이 출마한다면 즉시 찾아뵙고 신속하고 공정한 단일화를 성사시킬 것”이라고 했고, 홍준표 후보도 “여론과 당원의 단일화 요구가 많다”며 “단일화 토론 두 번 후 '원샷 국민 경선'을 하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후보와 한동훈 후보는 한 대행의 출마가 확실해지면 단일화에 찬성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선 후보들의 입장 차는 있지만, 사실상 한 대행의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며 '한덕수 대망론' 띄우기에 나선 셈이다.

역대 총리 출신 주자들이 대선판에 소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특히 세 차례의 탄핵 정국 때마다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여권의 주요 대선 후보로 부각됐다. 

황교안 전 총리는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범보수 유력 대선 주자로 주목받았다. 고건 전 총리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기각 이후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기록했고, 17대 대선 당시 지지율 30%를 넘기기도 했다. 다만 황 전 총리는 국정농단 책임론 비판을 피할 수 없었고 결국 불출마를 선언했다. 고건 전 총리도 당내 기반 및 조직력 부족이라는 한계를 넘지 못했다.

총리 차출 성공 사례가 없었음에도 국민의힘은 한 대행에게 다시 기대를 걸고 있다. 한 대행을 중심으로 반이재명 전선을 구축하고, 그의 '비정치인' 이미지를 적극 활용해 중도·무당층 지지를 흡수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한 대행에 대한 지지율은 국민의힘 경선 주자들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한국갤럽이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5명을 대상으로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를 물은 결과, 한 대행은 6% 지지율을 얻었다. 같은 조사에서 국민의힘 4강 후보는 각각 한동훈 후보 8%, 홍준표 후보 7%, 김문수 후보 6%, 안철수 후보 2%로 집계됐다. 이처럼 경선 주자들과 지지율 격차가 크지 않은 만큼, 당내에서는 단일화를 통해 반이재명 전선을 강화하고 본선 경쟁력을 높이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또 당내에서는 통상 전문가인 한 대행이 중도층에 소구력을 갖출 수 있는 점도 강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는 최근 글로벌 통상 전쟁 국면에서 미국과의 상호 관세 협상을 주도하고 있다. 만일 한 대행이 성공적으로 관세 문제를 해결하게 되면 ‘경제 대통령’ 이미지를 더욱 부각시킬 수 있다는 기대가 깔렸다는 것이다. 여기에 호남 출신이라는 이력까지 더해져, 경북 안동 출신인 이재명 후보에 맞서 중도층과 호남권 확장에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한 대행의 대선 출마설과 관련해 강한 견제 메시지를 내고 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한 대행의 사퇴와 대선 출마가) 사실이라면 명백한 정치 중립 의무 위반이자 관권 선거 획책”이라며 “한 대행은 공정하게 선거를 관리할 의지가 없다면 당장 사퇴하고 그간의 행동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냈다. 

김민석 최고위원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대행은 내란 공범이며, 윤석열·김건희보다 더한 주술 후보”라며 “호남 출신임을 상당 기간 숨기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은덕을 배반하고 오랜 기간 봉하마을 참배조차 안 한 의리 없는 인사”라고 날을 세웠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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