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선 후보 사법리스크 완전 해소를 기대했지만, 파기환송이라는 예상 못한 변수와 마주했다. 이 후보는 ‘본인 생각과 전혀 다른 판결’이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당 도 ‘안일했다’고 자평했다. 관건은 중도 여론이다. 이 후보 약점인 중도 표심을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은 그러나 대법원 대선 개입이 중도 층을 하나로 모은 촉매가 됐다고 해석했다.
민주당은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전날(1일) 이재명 후보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은 졸속 판결이라며 조희대 대법원장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이 안일했다. 어쩌면 상식적이었는지 모르겠다. 대통령이 파면돼 대선 국면이 열렸기 때문에 국민이 선택해줄 것이다, 모두가 국민 선택을 받아들일 것이다, 법원도, 검찰도, 행정부도 다 수용할 것이라고 봤다”며 “그렇게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사법카르텔은 자신들의 알량한 권력을 이용해 음모를 꾸미고 있었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진 의장은 또 “내란세력들이 사법 권력을 활용해 최후의 반란을 벌인 것”이라며 “분명히 책임 물어야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1일 이 후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2심(무죄)을 깨고 하급심(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이 후보가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골프를 쳤다는 의혹에 관해 ‘사진이 조작됐다’고 말한 부분은 허위사실 공표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또한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에 관해서도 ‘성남시는 자체적 판단에 따라 용도지역 상향을 추진했고 그 과정에서 국토부의 성남시에 대한 압박은 없었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민주당은 졸속 판결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사건이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지 9일 만에 두 차례 심리만으로 결론을 내린 건 말이 안 된다는 것. 사법 권력을 이용해 유력 대선 후보 자격을 박탈하려는 저의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민주당은 또한 재판부가 7만 쪽에 육박하는 사건 내용 또한 제대로 읽지 않고 서둘러 선고를 내린 점도 문제 삼았다.
대법원 파기환송은 하급심 판단에 법리적 문제나 판단 미비가 있었다고 보고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파기환송은 이 후보에 대한 도덕성과 정당성 회복 계기로 작용할 수 있어 중도 유권자에게 신뢰 회복 단초가 될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민주당은 그간 이 후보에 대한 수사를 정치탄압으로 규정했다. 파기환송이 이 프레임에 힘을 실어주면 중도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과도한 수사에 대한 피로감 또는 반감이 형성될 수 있다.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회견 후 쿠키뉴스와 만나 “같이 사진 찍은 분들이 강남에서 오셨다. ‘(파기환송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남에서 난리가 났다더라. 똘똘 뭉쳐서 이 후보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중도 보수들도 돌아서는 것 같다”고 밝혔다.
전 최고위원은 “오히려 헌정수호 세력과 내란 세력 간 싸움이라고 생각 한다”며 “대법원 판결을 보면서 내란 세력들이 기득권을 지키려고 뭉치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지켜야겠다는 (군중심리가) 더 커지고 있다. 그래서 중도 세력이 더 강하게 결집할 수 있다고 본다. 실제로 그런 흐름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후보는 당과 국민으로부터 90% 가까운 지지를 받았다”며 “무죄를 확신 한다”고 덧붙였다.
박지원 의원도 선고 당일 페이스북에 “대법원 판단은 다수 국민의 예상외 판결”이라며 “치열한 법정 투쟁으로 무죄 입증에 총력을 경주 하겠다. 지지층은 오히려 뭉친다. 내란 종식, 정권 교체가 시대정신”이라고 밝힌 바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선(6월3일)까지 한 달 남짓 남은 와중에 서울고법 파기환송 심과 대법원 재상고심을 거쳐 형이 확정될 가능성은 낮다. 헌법은 대통령 당선인 불소추 특권도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대법이 유죄취지로 사건을 뒤집은 만큼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란이 계속될 수 있다. 이 후보는 성남FC, 대장동 등 다른 사건으로도 재판을 받고 있다. 민주당은 이를 의식해 당분간 지지층 결집에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당은 조만간 공동선대위원장 워크숍을 열고 선거 캠페인 방향성과 기조를 보완해 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