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손해보험이 금융감독원의 불승인에도 콜옵션을 시행해 후순위채권 조기 상환에 착수했다. 보험사가 당국 승인이 필요한 조치를 승인 없이 강행한 첫 사례인 만큼, 금융당국의 대응 수위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롯데손보는 8일 “채권자 보호와 금융시장 안정이라는 책임을 다하기 위해 콜옵션을 행사했다”며 “현재 채권자들과 상환을 위한 실무 절차를 진행 중이며, 수일 내 완료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험업법상 후순위채 조기상환은 지급여력비율 150% 이상을 유지하고 금융감독원 승인을 받아야 허용된다. 앞서 지급여력비율이 150% 미만으로 떨어진 롯데손보는 비조치의견서를 제출했으나 금감원은 7일 이를 불승인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후순위채권 조기상환의 지급여력비율 기준을 150%에서 130%로 낮추는 규제 완화안을 입법예고하며 보험사의 부담을 더는 방향으로 제도를 유연하게 운용하려는 뜻을 비춰 왔다. 그러나 롯데손보가 법안 시행 전 제도를 부정하면서 당국과 업계 신뢰가 손상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보험 전문가는 “감독당국의 불승인에도 절차를 강행한 것은 규정 위반이자 금융사로서의 책무를 저버린 것”이라며 “향후 유사 사례가 이어지지 않도록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다른 보험 전문가도 “해당 규정은 재무건전성을 유지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현재 법령상 후순위채 조기상환 강행을 처벌할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보험업법은 허가 없이 보험업을 영위하거나 승인 없이 자본 감소를 결의한 경우에 대한 처벌 규정을 두고 있지만, 후순위채 조기상환 강행은 전례가 없어 규정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이 재량에 따라 조치에 나서는 경우 법적 분쟁으로 비화할 수 있어 신중한 법 해석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 전문가는 “법적 분쟁이 길어지면 부담이 될 것”이라며 “이번에는 다른 방법을 검토하고, 추후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벌칙을 신설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검사를 통한 경영 제재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기나 수시 검사를 통해 경영 위반사항이 적발되면 금감원에서 임원 징계나 회사 제재를 검토할 수 있다. 전문가는 “보험사가 감독당국 승인 없이 추진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제한적”이라며 “이번 사태가 경영 신뢰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롯데손보는 이번 조치로 보험에 가입한 계약자들에게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당국의 승인을 전면으로 부정하고 규정을 지키지 않은 만큼 금융사로서 신뢰가 저하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해당 보험사를 믿을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은 관련 상황을 파악하고 이에 따른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다른 보험사들과 형평성 있는 제도 운영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