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재지정 이후 서울의 주요 중심구들의 아파트 거래량이 급격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매수 심리가 크게 위축된 영향으로 보인다. 다만 토허제 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서울 내 주요 도심지들은 가격이나 거래량이 상승하면서 ‘풍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어 실수요자들의 주택 구매는 여전히 힘들 것으로 보인다.
10일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4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3191건로 전월대비 67% 줄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월 3427건, 2월 6462건, 3월 9675건으로 꾸준히 증가하다가 4월 들어 급감했다.
특히 토허제 대상지인 서초구는 지난 3월 410건에서 4월 11건으로 무려 97%나 감소했다. 강남구와 송파구는 각각 95%(802건→37건), 93%(865건→63건)으로 줄었다.
용산구도 260건에서 11건으로 96% 감소해 토허제 지정 지역은 모두 거래량이 10분의 1 이하로 급감했다.
토허제 재지정으로 급격히 부동산 거래가 줄어들면서 서울시는 토허제 구역을 늘려나가고 있다. 지난 8일 서울시는 제7차 도시계획위원회에서 강남·서초구 자연녹지지역을 내년 5월30일까지 1년간 토허제 구역으로 재지정하기로 의결했다. 해당 지역들은 오는 30일 현행 지정 기간이 만료되는 곳으로, 강남구 5.35㎢, 서초구 21.34㎢가 대상이다.
이처럼 토허제로 인해 부동산 거래가 얼어붙는 가운데, 토허제 구역 이외의 곳에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에 따른 ‘풍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경기 과천과 성남 분당의 아파트값이 상승세를 이어가는 것으로 집계됐다. 경기 과천 중앙동 과천푸르지오써밋 전용 84㎡는 4월 11일 24억5000만원에 손바뀜해 신고가를 기록했으며, 경기 과천 중앙동의 주공 10단지 전용 105㎡는 두 달 사이 2억원이 올라가며 신고가를 갱신했다.
성남도 상황은 비슷하다. 백현동 판교푸르지오그랑블 전용 117㎡는 지난달 4일 36억9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양지마을2단지 청구 전용 197㎡도 같은달 21일 28억8000만원으로 직전 거래가인 23억2000만원 대비 5억6000만원이 올랐다.
가격만 상승한 것이 아닌 거래량도 상승한 곳도 있다. 부동산 플랫폼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서울에선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양천구에선 ‘목동신시가지 1·5·11단지’가 거래량 상위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는 이 기간 15건이 거래됐으며 신고가도 속출했다. 지난달 2일 거래된 ‘마포래미안푸르지오 3단지’ 전용면적 145㎡는 직전 신고가 대비 3억7500만원 오른 27억9500만원에 신고가를 다시 썼다.
양천구에선 목동신시가지 일대 단지의 거래 쏠림 현상이 포착됐다. 목동신시가지 11단지는 지난달 14건이 거래됐고, 5단지는 13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1단지 역시 12건이 거래되면서 강세를 이어갔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은 “토지거래 허가구역 확대 지정으로 단기적으로 가격 조정과 거래 감소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특히 토허제 지역 내 투자 제한이 비규제 지역으로의 풍선효과를 유발하면서 마포구 등 인근 지역의 가격 상승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현상은 실수요자의 서울 내 집 마련을 더 어렵게 만드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