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 이적 사태, 서울이 돌아봐야 할 ‘프런트의 시간’ [쿠키 현장]

기성용 이적 사태, 서울이 돌아봐야 할 ‘프런트의 시간’ [쿠키 현장]

선수단 전략을 넘어선 정체성과 소통의 문제

기사승인 2025-07-04 06:00:08
기성용.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기성용이 FC서울을 떠나 포항 스틸러스로 이적하는 과정에서 팬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서울이 또 한 번 구단 ‘레전드’를 홀대했다는 인식이 강하게 작용한 탓이다. 책임의 중심에는 감독이 아닌 구단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프런트가 있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축구계에 따르면 기성용은 서울을 떠나 포항으로 이적할 예정이다. 예정된 메디컬테스트 등 마지막 작업을 마무리하면 포항 소속으로 등록될 전망이다. FC서울 팬들은 거세게 항의하고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성용은 전성기를 유럽에서 보내긴 했지만 서울에서 10시즌 가까이 소화한 상징적인 인물이다. 유럽 생활 이후 친정팀 복귀를 택했고, 서울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왔다. 그런 그가 시즌 도중 갑작스레 라이벌 구단 유니폼을 입는다는 소식은 팬들에게 배신감 이상의 충격이었다.

지난 6월29일 열린 서울과 포항 경기에서 서울 측 응원석에는 ‘헌신의 끝은 예우 아닌 숙청’ 등 현수막이 걸렸다. 이는 단순히 한 선수의 이탈에 대한 반응이 아니라, 오랜 시간 팀과 함께했던 상징적인 인물을 대하는 구단의 태도에서 누적된 실망감이 폭발했다는 분석이다. 기성용은 K리그에서 오직 서울 유니폼만 입었던 선수다. 그의 이탈은 전력 공백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FC서울은 수년 전부터 소속 레전드들에 대한 일관된 ‘차가운 정리’를 반복해왔다. K리그 역대 최고의 외국인 공격수 중 하나로 꼽히는 데얀은 팀과 재계약을 맺지 못하고 라이벌 수원 삼성으로 이적했다. 서울 최초의 외국인 주장인 오스마르 역시 결국 K리그2 서울 이랜드로 옮겼다. 박주영 역시 복귀 후 별다른 배려를 받지 못한 채 울산으로 떠났고 이청용은 복귀 당시부터 울산으로 향했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레전드에 대한 예우 부족이 반복되는 건 감독 개인의 판단 문제가 아니라 프런트의 구조적 문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레전드들을 대하는 서울의 일관된 태도를 살펴보면, 결국 문제의 근원은 감독이 아닌 프런트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기성용의 계약이 단 6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이 더 그렇다. 기성용의 이적 사유로 “감독 구상에서 제외됐다”는 설명이 나왔지만 많은 팬들은 이 말을 그대로 믿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선수 선발은 감독 권한이다. 선수가 그 결정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떠나는 것도 당연하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하지만 선수단 운용을 넘어 장기적인 팀 철학과 정체성 관리, 레전드에 대한 예우, 팬과의 신뢰 구축은 프런트의 몫이다. 팬들이 감독보다 프런트를 비판하는 이유다.

다만 이런 여론 속에서 구단 내부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1일 열린 간담회에서 유성한 서울 단장이 “팬들의 입장을 더 들어야 한다는 것을 느낀다”며 “레전드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기성용의 이적은 단순한 선수 이동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의 이탈은 FC서울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과 정체성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볼 기회가 될 수 있다. 팬들의 아쉬움 속에 서울이 어떤 메시지와 계획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송한석 기자
gkstjr11@kukinews.com
송한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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