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무장화를 챙기고, 방수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어두운 하수구 주변을 점검하며 저지대 골목골목을 누빈다. 폭우 예보가 떨어졌을 때 가장 먼저 움직이는 이들은 바로 서울시의 ‘동행파트너’다.
서울시는 2023년부터 전국 최초로 이 제도를 도입했다. 통·반장, 돌봄 공무원, 이웃 주민 등 지역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들이 중증장애인, 고령자, 어린이 등 대피가 어려운 재난약자들과 ‘1대 다수’로 매칭돼 위기 상황에서 함께 움직이는 보호망을 구축한다.
지난해에는 총 1196가구와 2956명의 동행파트너가 연결됐다. 이는 전년보다 250가구가 늘어난 수치다. 단순한 행정 대응을 넘어, 이웃 간 신뢰와 돌봄의 연대를 확장하는 데 의미가 있다.
지난 8일 퇴근길에도 동행파트너의 활약은 빛났다. 서울 서남·서북권에 갑작스러운 폭우가 쏟아지며 도림천·안양천 등 9개 하천이 통제되고, 호우주의보와 호우경보가 발효됐다. 특히 영등포구에는 시간당 최대 68㎜의 비가 쏟아졌고, 양천·동작·서대문 등에도 40~80㎜의 강수량이 기록됐다.
서울시는 오후 6시55분 오목교 동측 지하차도를 일시 통제하는 등 신속 대응에 나섰다. 침수 예보가 발령된 동작구(6시40분)와 영등포구(6시53분)에는 동행파트너 102명이 현장에 출동했다. 이들은 재해위험가구 176가구 중 61가구를 직접 방문해 상태를 확인했고, 나머지 115가구에는 유선으로 안전을 점검했다.
동행 연대는 예보와 함께 즉시 작동한다. 자치구 돌봄 공무원이 침수 예보(15분간 20㎜, 1시간 55㎜) 발령 사실을 전파하면, 동행파트너들은 곧바로 매칭된 가구로 향한다. 침수 징후를 점검하고 위험이 감지되면 신속하게 대피를 돕는다.
서울시는 동행파트너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수방 동행지도’를 제작·배포하고 있다. 지도에는 동별 맞춤 대피 경로, 비상 연락망, 행동 요령 등이 담겼다. 관악구와 동작구에는 유휴 공공시설과 빈집을 활용해 ‘동네 수방거점’도 조성했다. 이곳엔 수방자재를 상시 비치하고, 위기 시 지역 기반 대피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해 5월23일 동행파트너 발대식에서 “기상이변으로 예상하지 못한 재난상황 발생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시민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에서 동행파트너는 시민의 힘으로 이웃을 지키고 안전한 서울을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한 서울을 만들기 위한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