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사가 안 돼서 어쩔 수 없이 할인했었는데, 조만간 다시 정상가격에 판매해야죠.”
9일 서울 구로구의 한 육류 판매 식당.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A씨는 경기 불황에 고객을 더 끌어모으고자 주류 가격을 2000원대로 내렸다. 그는 할인 이벤트로 손님이 더 오긴 했지만, 6개월 넘게 주류 가격을 할인 판매해 손해가 크다며 슬슬 이벤트를 끝내려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서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B씨도 지난달 주류 할인 이벤트를 끝냈다고 밝혔다. 그는 “장사가 너무 안되다보니 이벤트로 할인을 시작했다. 큰 손해를 보면서도 상당히 오래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벤트가 매출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고, 정치적인 문제가 조금씩 풀리는 것 같아 이전처럼 정상적으로 장사가 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오는 21일부터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민생회복 소비쿠폰 신청을 받는 가운데, 그동안 가격 2000~3000원으로 낮췄던 외식시장의 주류 가격도 되돌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소주와 맥주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각각 0.1%, 0.5%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외식 소주·맥주 물가는 식당에서 판매한 주류 가격을 말한다. 올해 전체 외식 물가 상승률은 2.9~3.2%로 소비자물가 상승률(1.9~2.2%)을 웃돌았다. 반면 외식 소주 물가는 지난해 9월부터 9개월, 외식 맥주 물가는 지난해 12월부터 7개월간 하락세를 지속했다.
이는 음식점업 자영업자들이 경기 불황에 대응하기 위해 주류를 2000~3000원에 판매하는 등 자체 할인을 해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물가 인상으로 소비자의 외식 소비 경향이 줄어들며 자영업자들이 고객을 모으기 위해 주류 마진을 최소화했던 것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업주들이 하나둘 할인 행사를 종료하면서 지난달 술값이 반등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외식 주류 할인이 줄어든 것은 대선 후 새정부가 들어서며 나타난 소비심리 개선 기대 때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은행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으로 100 이하로 급락했다. 이후 올해 4월 93.8, 5월 101.8, 6월 108.7 등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업계에서는 새정부가 골목상권 등 민생안정과 소비활성화를 위해 ‘소비쿠폰’ 발행을 예고했기 때문에 매출에 민감한 자영업자들이 주류 프로모션을 철회하고 가격을 정상화하는 추세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수개월 지속된 소비 위축으로 지금도 버티기 힘들어하는 자영업자들이 많다. 특히 할인 행사로 마진을 최소화하며 버텼음에도 결국 폐업한 경우도 있다”며 “정부가 소비 촉진을 위한 소비쿠폰 등의 정책을 펼치는 만큼 상황에 맞춰 주류 가격이 정상화되는 모습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는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만난 김인철(29)씨는 “식당을 운영하는 분들의 마음이야 이해되지만, 2000~3000원대로 판매하던 주류가 다시 5000~6000원대로 올라간다면 심리적으로 비싸다는 생각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