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와의 전쟁, 진짜 싸움은 지금부터 [취재진담]

가계부채와의 전쟁, 진짜 싸움은 지금부터 [취재진담]

기사승인 2025-07-11 11:25:47 업데이트 2025-07-11 13:17:51
쿠키뉴스 자료사진. 

“대출 규제가 확실히 효과가 있긴 있네요”


최근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자주 등장하는 말이다. 정부가 지난달 27일 수도권과 규제 지역 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고강도 규제를 기습 발표한 직후부터다.

6·27 대출 규제는 빠르게 ‘약발’을 발휘하고 있다. 서울 지역 일평균 주택담보대출 신청액은 발표 직전 주(6월 23~27일) 7400억원대에서, 규제 이후 첫 주 3500억원대로 반토막 났다. 예상보다 강력한 대출 규제에 ‘영끌’ 수요가 급격히 꺾였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폭도 2주째 둔화세가 지속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7월 첫째 주(7일 기준) 전국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폭은 0.29%로 전 주(0.4%) 대비 0.11%포인트 줄었다.

이번 규제의 핵심 메시지는 간단하다. 과도한 빚을 내 집을 사는 흐름에 제동을 걸겠다는 것이다. 수도권으로 몰리는 자금은 집값과 가계부채를 동시에 끌어올리고, 소비 위축과 지역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부동산에 묶인 시중 자금이 생산적인 투자처로 흘러가지 못하는 점도 정부가 경계하는 부분이다.

정부는 이번 가계부채 규제의 효과에 대해 일단 만족하는 분위기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일 6·27 가계대출 규제를 설계한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을 향해 “잘하셨다”며 공개 칭찬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또한 전날 “정부의 과감한 정책 발표를 높이 평가한다”고 언급하며 올바른 방향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단기성과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이미 오락가락한 규제가 시장의 학습 효과만 키운 사례를 여러 차례 목격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을 되돌아보면, 28차례의 대책이 집값을 오히려 끌어올렸고, 잦은 규제 변화는 시장의 내성만 키웠다. “어차피 또 바뀔 것”이라는 불신이 곳곳에 뿌리내린 이유다.

‘갚을 수 있는 만큼 빌리는 것’은 가계부채 관리의 대원칙이다. 사실 6억원도 일반 직장인에게는 버거운 빚이다. 원리금 균등 상환으로 월 300만원이 넘는 돈을 20년 동안 갚아 나가야 한다. 실수요자 논란이 있지만 가계부채를 관리하고 ‘부동산 불패’ 신화를 깨기 위해선 정책의 일관성을 지켜야 한다. 오락가락하는 정책이 반복되면 소비자들의 피로만 커진다.

규제의 효과는 시장의 신뢰에서 나온다. 시장에서 규제에 대한 믿음을 가질 때 정책이 실제 효과를 낸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정책의 일관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규제를 ‘맛보기’라고 표현하며, 보다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놓을 수 있다고 예고했다. 정부는 단기적인 성과에 자만하기보다는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와 부동산 시장의 건강한 성장이라는 목표에 집중해야 한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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