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국가핵심기술을 외부로 유출하려 한 직원이 법원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제약·바이오 산업의 영업비밀 유출이 중대한 범죄로 엄격히 처벌된다는 판결 사례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인천지방법원 형사5부(재판장 홍준서)는 부정경쟁방지법 및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삼성바이오로직스 전 직원 A씨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절취한 자료에 생명공학 분야의 국가핵심기술이 포함돼 있어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A씨는 지난 2022년 12월13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 송도 본사에서 A4용지 300장 분량의 문서를 옷 속에 숨겨 외부로 반출하려다가 보안 직원에게 적발돼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회사는 이를 영업비밀 유출로 간주해 경찰에 고발했고 수사기관은 A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수사 결과, A씨는 2022년 12월 초부터 약 열흘간에 걸쳐 회사의 핵심 자료인 표준작업지침서(SOP) 등 영업비밀 175건, 총 3700여장에 달하는 문건을 계획적으로 유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범 체포 당시 소지하고 있던 300장 분량 문건에는 규제기관 대응 자료 등 민감한 정보 38건이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유출된 자료 중에는 바이오의약품 대량생산의 품질과 효율성을 좌우하는 핵심 공정기술(IT SOP)과 글로벌 규제기관의 가이드라인을 분석한 전략 자료 등 2건의 국가핵심기술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IT SOP는 대규모 생산을 위한 표준화 공정 설계를 기반으로 품질 일관성과 생산성을 높이는 핵심 기술로, 해당 문건이 유출될 경우 경쟁사에 기술 우위를 넘겨줄 수 있고 기업 경쟁력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회사는 전했다. 또 규제기관 분석자료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생산공정 품질을 유지하고 국제 시장에서 신뢰도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자산으로 외부 유출 시 고객 신뢰 하락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A씨를 부정경쟁방지법·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으며, 지난 6월 열린 공판에서 징역 5년을 구형한 바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수년간 수많은 임직원의 노력으로 축적한 기술과 노하우는 회사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며 “영업비밀 유출 및 침해 행위에 대해선 민형사상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앞서 2022년 퇴직 후 롯데로 이직한 B씨에 대해서도 영업비밀 침해 및 전직금지 가처분 신청과 형사 고소를 제기했다. B씨는 퇴직 과정에서 SOP 및 IT 문서를 유출한 혐의로 2023년 3월 불구속 기소됐다. 해당 문건들 역시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있다. B씨에 대한 선고는 연내 이뤄질 전망이다.
한편, 이번 판결은 바이오 산업에서도 기술 유출 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가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법원은 지난 2월에 반도체 관련 국가핵심기술을 외국에 넘긴 엔지니어에게 징역 7년 및 벌금 7억원을 선고한 바 있다. 정부도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을 통해 벌금 상한을 65억원까지 대폭 상향한 개정안을 오는 22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 판결은 제약·바이오 분야의 기술 유출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향후 기업 내 보안 강화와 전직 관리 방안 마련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