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스크린 시대”…삼성·LG, 모빌리티 전장서 ‘재격돌’ [미래車 시대, 電의 전쟁①]

“움직이는 스크린 시대”…삼성·LG, 모빌리티 전장서 ‘재격돌’ [미래車 시대, 電의 전쟁①]

‘움직이는 전자기기’ 된 자동차, 디스플레이 주도권 싸움 본격화
롤러블 vs 스트레처블… ‘유연성’이 미래 가른다

기사승인 2025-10-17 06:00:31 업데이트 2025-10-17 08:04:07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가 2024년 1월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LG전자의 미래 모빌리티 콘셉트 '알파블'을 시연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스마트폰과 TV로 상징되던 전자산업의 무게 중심이 도로 위로 이동하고 있다. 자동차가 ‘움직이는 전자기기’로 진화하면서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이 새로운 격진지로 부상하고 있다.

17일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글로벌 전장(차량용 전자·전기 장비) 시장 규모는 2024년 4000억달러(한화 약 550조원)에서 2028년 7000억달러(약 960조원)로 연평균 약 15%씩 성장할 전망이다. 완성차 중심의 산업 구조가 배터리·디스플레이·센서·소프트웨어로 옮겨가며, 삼성과 LG 모두 그룹 계열사를 총동원해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주도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

특히 디스플레이는 단순한 계기판을 넘어 인포테인먼트, 조수석, 뒷좌석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얇고 유연한 특성이 차량 내부의 사용자 경험(UX)을 새로 정의하면서, 프리미엄 전기차를 중심으로 곡면·대형·투명 OLED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글로벌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이 2025년 136억달러(약 18조원)에서 2030년 183억달러(약 24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이 가운데 OLED 비중은 2023년 6%에서 2027년 17%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LCD 중심이던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이 OLED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이 뚜렷하다.

삼성디스플레이가 'CES 2024에서 공개한 차량용 OLED 데모 렌더링 이미지. 연합뉴스

삼성디스플레이, “車 디스플레이도 접히고 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차량용 OLED 시장에서 독주 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2023년에 이어 2024년에도 차량용 OLED 출하량과 매출 모두 1위를 기록했으며, 올해 상반기 기준 시장점유율은 55%에 달했다.

삼성은 2016년 인수한 하만과 협력해 전장 디스플레이 라인업을 확장 중이다. 운전석과 조수석을 하나의 화면으로 연결하는 ‘필라 투 필라’ OLED와 대형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BMW·페라리·현대차 등 프리미엄 완성차에 공급하고 있다.

지난 9월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5’에서는 롤러블·슬라이더블·플렉시블 기술을 총동원한 차세대 ‘디지털 콕핏’을 선보였다. 운전석 앞 10.25인치 롤러블 디스플레이는 시동이 꺼지면 자동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켜면 올라오는 구조다. 조수석에는 14.4인치 커브드 OLED, 뒷좌석에는 슬라이더블 디스플레이를 배치해 ‘공간과 기술이 결합한 인테리어’를 제시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차량용 OLED 전용 브랜드 'DRIVE'도 출시하며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플렉스 매직 픽셀(FMP)’ 기술로 조수석 영상이 운전석 시야를 방해하지 않도록 했고, 운전석 계기판에는 언더디스플레이카메라(UDC)를 적용해 운전자 상태를 실시간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 관계자는 “차 안에서도 OLED가 브랜드 감성과 감각적 경험을 동시에 구현하는 핵심 매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 모델이 2024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차량용 ‘48인치 필러투필러 LTPS LCD’와 ‘18인치 슬라이더블 OLED’로 구성된 디지털 콕핏을 소개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제공


LG디스플레이, 탠덤 OLED로 장수명·고휘도 전략

LG디스플레이는 OLED와 LTPS LCD를 통합한 하이엔드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2024년 출하량은 약 1800만대에 육박하며, 10인치 이상 고사양 디스플레이 부문에서도 4년 연속 선두를 달리고 있다.

현재 벤츠·GM·캐딜락 등 9개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와 OLED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2026년까지 프리미엄 차량 두 대 중 한 대에 LG 디스플레이를 탑재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핵심은 ‘탠덤 OLED’ 기술이다. 발광층을 두 겹으로 쌓아 밝기와 수명을 높이고, SPM(Sub-Pixel Multiplexing) 구조로 안정성을 강화했다.

플라스틱 기판을 사용한 P-OLED는 곡면 설계 자유도가 높아 자동차 인테리어 일체형 디자인 구현에 유리하다. LG디스플레이는 이를 ‘자동차의 디자인을 바꾸는 디스플레이’로 정의하며, ‘스트레처블(늘어나는) OLED’ 등 차세대 제품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삼성과 LG의 기술 경쟁은 결국 ‘유연성’으로 귀결되고 있다. 삼성은 롤러블·벤더블 OLED를, LG는 스트레처블(늘어나는) OLED를 전면에 내세워 자율주행 시대 차량 내 공간 효율성을 극대화하려 하고 있다. 필요할 때만 화면을 펼치고 평소엔 숨겨두는 ‘공간 절약형 디스플레이’가 새로운 감성 UX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이동수단을 넘어서 자동차는 이제 하나의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누가 더 유연하고 감각적인 공간으로 구현하느냐가 승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민 기자
hyem@kukinews.com
이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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