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의 눈’ 쟁탈전…삼성전기·LG이노텍, 자율주행 센서 ‘맞불’ [미래車 시대, 電의 전쟁②]

‘車의 눈’ 쟁탈전…삼성전기·LG이노텍, 자율주행 센서 ‘맞불’ [미래車 시대, 電의 전쟁②]

기사승인 2025-10-19 06:00:15
삼성전기가 테슬라에 공급하고 있는 카메라 모듈. 삼성전기 제공

디스플레이가 자동차의 얼굴을 만들었다면, 이제는 카메라가 그 ‘눈’을 만든다. 자율주행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차량용 카메라 모듈이 단순 보조 장치를 넘어 주행을 결정짓는 '움직이는 두뇌'로 부상하고 있다. 미래 차의 성능은 얼마나 정밀하게, 그리고 얼마나 빠르게 세상을 인식하느냐에 달려 있다.

앞선 기사 ‘[미래車 시대, 電의 전쟁①] 움직이는 스크린 시대…삼성·LG, 모빌리티 전장서 재격돌’에서 보았듯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보이는 경험’을 새로 정의했다면,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자동차가 세상을 ‘보는 방식’을 두고 맞붙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이 진화하면서 차량 한 대에 탑재되는 카메라 수가 늘고 있다. 현재 평균 4개~5개지만, 테슬라 주력 모델에는 9개, 샤오펑 P7에는 14개가 장착된다. 완전 자율주행(Level 4) 차량에는 최대 20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콘세직 BI는 글로벌 차량용 카메라 모듈 시장이 2023년 약 31억달러(한화 약 4조3000억원)에서 2030년 85억달러(약 11조7000억원)로, 연평균 13.8% 성장할 것으로 봤다. 센서가 엔진만큼 중요해진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LG이노텍 '500만 화소급 차량용 RGB-IR 인캐빈 카메라 모듈'. LG이노텍 제공

삼성전기, '작고 정밀하게'…전천후 카메라로 테슬라도 잡았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전장용 카메라 시장의 주도권을 두고 ‘2라운드’에 돌입했다.

삼성전기의 핵심 주력 사업은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지만, 차량용 카메라 모듈도 전체 매출의 24%를 차지하는 핵심 성장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세 공정·패키징 기술을 바탕으로, 초소형 고해상도 렌즈 구현에 강점이 있다.

특히 2025년부터 양산하는 ‘전천후 카메라모듈’은 눈·비·성에 등 악천후 환경에서도 안정적 시야 확보가 가능하다. 자체 발수코팅 렌즈와 렌즈 히터, 하이브리드 렌즈를 통해 내구성과 화질 모두를 잡았다. 또한 세계 최초로 조리개를 탑재한 전장용 카메라도 상용화했다. 환경에 따라 빛의 유입량을 조절해 언제 어디서나 최적의 화질을 구현한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삼성전기는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서 고객 다변화를 이뤄내고 있다. 2023년에는 미국 전기차 업체와 수조원대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공식 명시는 없지만, 업계에서는 이 고객사를 테슬라로 추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현대자동차·기아의 1차 협력사로도 선정되는 등 북미와 국내 시장을 넘어 중국, 유럽 전기차 제조사로 고객층을 넓히고 있다.

LG이노텍, ‘히팅 카메라’로 혹한도 뚫는다…사이버트럭 전량 납품

LG이노텍은 세계 1위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 공급사지만, 전장 부문 확대를 위해 차량용 카메라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삼고 있다. 2025년 기준 전체 매출의 80% 이상이 광학솔루션 부문에서 나온다.

대표 기술은 ‘히팅 카메라’다. 렌즈 하단을 직접 가열해 눈·성에를 빠르게 제거하며, 영하 40도~영상 105도까지 견디는 내한·내열 설계를 갖췄다. CES 2025 공개 이후 북미·유럽 완성차 업체와 공급 협상 중이다.

테슬라 사이버트럭에도 전량 장착되고 있다. 멕시코 공장에서 모듈을 생산해 미국 오스틴 공장으로 납품 중이며, 연간 25만 대 생산 계획에 맞춰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근 부지를 추가 확보해 신규 공장도 건설 중이다.

LG이노텍은 또 ‘인캐빈 카메라’, ADAS용 고해상도 모듈, 자율주행 차량 내 AI 프로세서(AP) 통합형 모듈 등 특화 솔루션을 잇달아 공개하며 전장 센서 리더십을 강화하고 있다. 2028년에는 미국 스타트업 아에바(Aeva)와 협력해 FMCW 방식의 라이다 모듈도 양산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다음 전장 시장이 미래 수익의 승부처가 될 것”이라며, “삼성과 LG의 경쟁은 단순 부품을 넘어 자율주행차의 눈과 뇌를 놓고 벌이는 전면전”이라고 말했다.

 

이혜민 기자
hyem@kukinews.com
이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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