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연금공단이 직접 노인의 재산을 관리하고 평생 용돈과 병원비 등을 지급하는 ‘고령자 공공신탁’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집 한 채가 전 재산인 경우 당장 쓸 현금이 없어 생활고를 겪는 고령층의 안정적인 노후를 지원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10일 국민연금연구원은 ‘고령자 공공신탁 사업모델 구축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통해 국민연금공단이 신탁 사업의 주체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초고령사회 노인의 재산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노후를 지원하기 위한 취지다.
‘공공신탁’은 고령자가 자신의 부동산, 예금, 주식, 보험금 등의 재산을 공단에 맡기면, 공단이 이를 관리·운용하는 방식이다. 공단이 매달 생활비를 지급하고, 필요 시 병원비나 요양 비용을 직접 결제해주며, 사후에는 장례비와 상속까지 처리해주는 서비스다.
현재 민간 금융사에도 신탁 상품이 있지만, 수수료가 높고 수익성 위주로 운영되는 탓에 일반 중산층이나 저소득층 노인이 이용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연구원은 공공기관에서 이를 운영할 필요가 있으며, 그 주체로 국민연금공단이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신뢰도가 높고 전국 지사망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연구원이 50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73.1%가 ‘공공신탁 제도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제도가 도입될 경우 신탁 기관으로 국민연금공단을 선호한다는 응답이 71.9%에 달했다. 민간 은행(13.6%)이나 보험사(5.2%) 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응답자들이 원하는 공공신탁 제도는 단순히 재산을 불려주는 서비스를 넘어섰다. ‘생활비 마련을 위한 자산 관리’(38.8%)가 가장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 ‘의료비·요양비 등 지출 관리’(23.9%), ‘상속 및 증여 지원’(17.3%)이 뒤를 이었다.
연구진은 “초고령사회에서 노인의 경제적 자립과 존엄한 삶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신뢰할 수 있는 공공기관이 재산 관리의 ‘집사’ 역할을 해야 한다”며 “국민연금 공공신탁은 금융 착취로부터 노인을 보호하고, ‘자산은 많지만 현금이 부족한’ 다수 노년층의 실질적인 노후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적인 사회 안전망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