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쿠폰’에 웃는 형지·세정…반등 노리는 오프라인 패션업계

‘소비쿠폰’에 웃는 형지·세정…반등 노리는 오프라인 패션업계

소비쿠폰에 오프라인 패션 매장 고객 유입 증가
“소비자 접점 회복 기회…오프라인만의 전략 필요”

기사승인 2025-07-24 06:00:07
23일 ‘민생회복 지원금 사용가능’ 이라는 안내문이 붙은 서울의 한 중가 여성의류 브랜드 매장. 손님이 밖에 걸린 옷을 살펴보고 있다. 심하연 기자  

“여름 옷 하나 사야지, 사야지 하면서도 가격이 부담돼서 못 샀어요. 이번에 받은 돈으로 세 벌 정도는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렇게 옷 골라보는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네요.”

23일 서울의 한 여성의류 브랜드 매장. ‘소비쿠폰 사용 가능’이라는 문구가 붙은 매장에 들어선 김영미(61·여·가명) 씨는 여름용 반소매 티셔츠 두 장과 5부 면바지 한 벌을 고른 뒤 계산대에 섰다. 할인 쿠폰과 세일가를 적용한 뒤 결제한 금액은 총 17만2000원. 김씨는 “2만2000원으로 옷 세 벌 산 기분”이라며 매장을 나섰다.

매장 직원도 손님들의 분위기 변화를 체감하고 있었다. 그는 “평소엔 주말에 손님이 몰리는데, 어제오늘은 평일 점심시간임에도 사람이 꽤 많았다”며 “지원금으로 결제하는 손님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정부가 21일부터 지급을 시작한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오프라인 패션 매장에 실질적인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중심으로 소비 트렌드가 빠르게 이동하면서 유동 인구 감소와 고정비 부담에 시달리던 오프라인 중저가 브랜드 매장들은 이번 지원금 효과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대표적인 중저가 브랜드를 운영하는 형지와 세정 역시 소비쿠폰의 수혜를 직접적으로 받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세정그룹은 지난해 2862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약 6% 감소했고, 영업손실 81억원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형지글로벌도 2022년 6176억원, 2023년 4841억원, 2024년 3980억원으로 3년 연속 매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 기업은 대리점 비중이 높은 만큼, 쿠폰을 사용하는 소비자가 매장을 직접 찾는 방식의 매출 회복이 가능한 구조다. 형지는 여성복 브랜드인 크로커다일레이디, 샤트렌, 올리비아하슬러를 비롯해 골프웨어 브랜드 까스텔바작, 잡화 브랜드 에스콰이아 등 전국에 약 150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쿠폰 사용처로 지정된 매장 대부분이 이들 브랜드에 해당한다.

실제로 2020년 5월 전 국민에게 지급된 1차 재난지원금 당시에도 대리점 중심의 패션 브랜드 매출은 크게 반등했다. 형지와 세정은 해당 시기 전월 대비 80~90% 수준의 매출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이후 선별 지급된 지원금 시기에도 50~80% 수준의 반등 효과가 이어졌다.

지원금의 직접적 대상은 아니지만, 패션업계 전반은 소비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공유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현재 가맹점 형태의 매장이 없어 직접적인 효과는 없지만, 소비 심리가 살아나는 것만으로도 업계엔 큰 의미”라고 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도 “저희는 고가 브랜드 비중이 높은 데다, 매출 30억원 이하 매장 중심의 지원 기준이나 백화점 제외 조건 등으로 인해 소비쿠폰 자체의 실질적인 수혜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소비쿠폰을 계기로 전반적인 소비심리가 개선된다면, 의류 소비로도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밖에 없다. 패션은 소비심리에 민감한 산업인 만큼, 경기 회복의 마중물 역할을 하면서 시차를 두고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업계는 이번 소비쿠폰 지급을 통해 중저가 브랜드에도 ‘구매 동기’가 다시 생겼다는 점에 주목한다. 한 중견 패션기업 관계자는 “요즘은 가성비 극단으로 가거나, 아예 명품이나 프리미엄 제품으로 지갑을 여는 양극화 경향이 뚜렷했다. 그 사이에서 중가 브랜드는 설 자리를 잃고 있었다”며 “이번처럼 일정 금액이 주어지면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소비’를 하게 되고, 중가 브랜드에도 긍정적인 순환이 생긴다”고 밝혔다.

다만 업계가 이번 기회를 단발성 매출 반등에 그치지 않도록 오프라인 매장만의 차별화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패션 브랜드 관계자는 “이번 소비쿠폰은 단순히 매출을 끌어올리는 단기 이벤트라기보다는, 오프라인 패션 매장이 다시 소비자와 접점을 만들 수 있는 기회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격 경쟁력에서는 온라인에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현재 1세대 패션 브랜드 매장에서 이끌어낼 수 있는 ‘오프라인에서만 가능한 경험’을 살려야 단발성 반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소비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
심하연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추천해요
    0
  • 슬퍼요
    슬퍼요
    0
  • 화나요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