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조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풀리면서 카드 결제액이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도 결제액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지만, 수수료 수익 감소와 인프라 비용 부담으로 카드사들의 실질적인 이익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8일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소비쿠폰 지급일(7월 21일) 다음 날부터 일주일간 8개 카드사(신한·삼성·현대·국민·롯데·하나·우리·BC)의 신용·체크카드 결제액은 총 14조8413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주보다 12.9% 증가한 수치로, 소비쿠폰 효과가 일부 반영된 영향으로 보인다.
아직 소비쿠폰 잔여 물량이 절반가량 남아 있는 데다, 다음달 소득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에게 10만원을 추가 지급하는 2차 신청도 예정돼 있어 카드 결제액은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신용·체크카드로 지급된 소비쿠폰은 5조7679억원으로 이중 46%인 2조6518억원이 현재까지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결제액 확대가 곧 수익 증대로 이어지진 않는다는 입장이다. 소비쿠폰을 사용할 수 있는 곳이 대부분 연 매출 30억원 이하의 영세·중소 가맹점으로 제한돼있어 수수료 마진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 가맹점의 수수료율은 신용카드 0.40~1.45%, 체크카드 0.15~1.15% 수준으로, 일반 가맹점 평균 수수료율(2%대)과 비교하면 사실상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구조다. 카드업계는 신용판매 수익의 마지노선을 통상 1.5%로 보고 있다.
여기에 제반 비용까지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얻는 이익이 더 미미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이미 코로나 팬데믹 당시 전국 가맹점에 긴급재난지원금 관련 결제 인프라가 구축된 상태지만 서버 증설과 인건비 등 추가 비용이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소비쿠폰 관련 문의나 민원이 많기 때문에 고객센터 인력 운용 부담이 크고, 시스템을 다시 깔아야 하는 부분도 있어 인프라 구축 비용이 수수료 수입보다 더 크다”며 “사실 이 사업으로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참여는 정부 정책에 협조하는 차원이며 제반 비용을 고려하면 실익은 사실상 없다”고 전했다.
2차 신청에서도 신규 고객 유치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기존에 사용하던 카드를 소비쿠폰 결제 수단으로 선택하고 있으며, 이미 금융당국이 소비쿠폰을 신규 고객 확보를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린 바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도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지 않았다.
일각에선 정부 정책의 지속적인 추진을 위해선 카드사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구조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채상미 이화여대 경영대학 교수는 “기업이 수익성 없이 정부 정책에 계속 협조하는 구조는 오래가기 어렵다”며 “이번 소비쿠폰 사업에서도 카드사별 수익·비용 구조를 면밀히 분석해 손실이 발생할 경우 일정 부분 보완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드업계는 한동안 수익성 악화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2월 단행된 가맹점 우대수수료율 추가 인하된 결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여서다. 업계는 이번 인하로 연간 수수료 수입이 약 3000억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여기에 지난 달부터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가 적용되면서 카드론 등 대출 상품도 더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한 달 새 1423억원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