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실이 거세지는 미국의 압박 속에서 한미 관세협상과 관련해 “기업에 큰 손해를 끼치는 안에는 대통령이 서명할 수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미국이 요구하는 3500억 달러(약 486조 원) 규모의 대미투자 조건을 두고 우리 측이 사실상 ‘버티기 모드’에 들어갔다는 평가다. 이달 유엔총회에서의 한미 정상회담이 관심을 모으고 있으나, 현 상황에선 약식 회담조차 성사 가능성이 낮다는 시각이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6일 용산에서 기자들과 만나 “협상 시한에 쫓겨 국익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기업이 미국에서 돈을 벌 수 있도록 도와야지, 미국에 돈을 퍼주라는 식의 협상을 정부가 강행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손해를 전제로 한 협상에 대통령이 서명할 수는 없다”며 “이재명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미국 측은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3500억 달러 규모 대미투자를 현금 출자 방식으로 직접 집행하고, 수익 배분 역시 일본과 유사한 조건으로 합의할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원금까지는 양국이 절반씩 나누되, 그 이상의 수익은 90%를 미국이 가져가는 방식이다. 우리 정부는 “수용 불가” 입장을 분명히 하며 무역보험공사·수출입은행을 통한 보증·대출 등 간접투자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투자 방식과 수익 배분 모두 우리 기업에 불리한 조건이어서 협상은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일본산 자동차 관세는 16일부터 27.5%에서 15%로 낮아지지만, 한국산 자동차에는 25% 관세가 그대로 유지돼 국내 산업 피해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달 말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를 계기로 각국 정상들의 양자회담이 이어질 전망이나, 대통령실은 한미 약식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에 선을 긋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약식 회담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협상이 난항을 겪는 상황에서 예측 불가한 트럼프 대통령과 성급히 만나는 것은 한국 측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위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