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이 수협중앙회와 손잡고 김 수출 시장에 진출한다. 양측은 각각 300억원을 출자해 600억원 규모의 합작법인 ‘오리온수협’을 설립한다. 제과업체인 오리온이 해양식품 제조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전 세계적으로 확산 중인 ‘K-김’ 열풍 속에서 양사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다만 기후변화와 산업 구조 변화 등 잠재적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오리온 관계자는 28일 쿠키뉴스에 “합작법인은 다음 달 중 설립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현재 관련 서류 제출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오리온과 수협은 지난 7월 어업인의 원물 판매가격 안정과 판로 확충을 명분으로 김 가공·수출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수협이 마른김 등 수산물 원물을 오리온수협에 공급하고, 오리온수협은 이를 가공해 완제품을 생산하는 구조다.
이번 협력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 중인 ‘K-김’ 소비 열풍을 배경으로 한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올해 1~8월 기준 김 수출액은 7억9499만달러(한화 약 1조1000억원)로, 세계 시장에서 한국산 점유율은 73.4%에 달한다. 같은 기간 수출 물량도 2만6613t으로 8% 늘었으며, 정부는 오는 2027년까지 김 수출 10억달러(약 1조4334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협이 오리온과 손잡은 것은 오리온의 해외 유통망과 현지 운영 경험을 고려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오리온은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잠정 매출액 1조5856억원 중 64%인 1조119억원을 해외에서 거뒀다. 특히 러시아 매출이 전년 대비 48.6% 급증하며 두드러진 성과를 냈고, 중국(5.1%)과 베트남(6.6%)에서도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협이 민간기업과 합작법인을 세운 것은 처음”이라며 “김이 해외에서 건강 스낵으로 인식되고 있는 만큼, 제과 제조·가공 역량이 높은 오리온의 기술력을 활용하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의 낙관론만으로는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은 해수 온도와 염도, 적조 등 해양 환경 변화에 민감해 생산량 변동 폭이 큰 품목이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지난 55년간(1968~2022년) 우리나라 연안의 표층 수온은 약 1.36도 상승했다. 국내 김 양식은 주로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진행되는데, 수온이 높아질수록 생산 가능한 기간이 짧아지고 수확량도 줄어드는 구조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수산업관측센터 자료를 보면, 지난 2023년 국내 김 생산량은 1억3619만 속으로 전년 대비 10% 이상, 평년 대비로는 13%가량 감소했다. 수온 상승과 기상 악화로 인한 영양염 부족, 양식장 갯병 확산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국내 산업 구조를 둘러싼 우려도 있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오리온수협과 관련해 “영세 중소업체의 생존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국내 김 수출업체 973곳 중 95.6%인 929곳이 중소기업으로, 산업 전반을 사실상 영세업체들이 이끌고 있다.
이에 김 가공 중소기업들은 “공익적 성격을 띠는 협동조직임에도 불구하고, 수산물가공업자들의 의견은 묵살한 채 어업인들만을 위한 합작법인을 추진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오리온은 이번 협력을 ‘경쟁’보다는 ‘상생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오리온 관계자는 “현재 절차대로 법인 설립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며 “제품 기획부터 공장 설계, 법인 출범, 부지 확정, 해외 판매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