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일본 도쿄 빅사이트 전시장 전시장에 들어서자 거대한 소음과 조명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개막 하루 전 언론에 먼저 공개된 재팬 모빌리티쇼(Japan Mobility Show·JMS)는 오픈 한 시간 전인 오전 7시부터 이미 취재진으로 가득 차 있었다. 미래 도시를 옮겨놓은 듯한 전시장 곳곳에서는 현대차·토요타·BMW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 임원들이 차례대로 무대에 올라 새로운 비전과 신차를 발표하고 있었고, 관람객들은 육상·하늘·바다를 넘나드는 이동체험에 몰입했다.
30일 개막한 이번 모빌리티쇼는 단순한 자동차 박람회를 넘어선 ‘미래 사회의 축소판’이었다. 올해 JMS는 일본자동차공업협회가 주최하며, 오는 11월9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토요타의 센추리 분리부터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전시까지
가장 먼저 무대 연 브랜드는 ‘JMS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토요타였다. 토요타는 자사 최고급 플래그십 모델 ‘센추리(Century)’를 토요타 브랜드에서 분리해 독립 브랜드로 운영할 것을 발표했다. 발표장에는 전 세계 기자들이 몰려 입장이 제한될 정도였다.
한국 완성차 브랜드들도 존재감을 뽐냈다. 현대차는 ‘꾸준하고 담대한 도전으로 나아가는 미래’를 주제로 수소 기술 개발 과정을 소개하고, 수소전기차(FCEV) 넥쏘 신형을 일본 시장에 전시했다. 기아는 이번에 처음으로 재팬 모빌리티 쇼에 참가했다. 기아는 브리핑에서 전기 밴(Van) ‘PV5’를 현지에서 처음 공개하며 내년 일본 EV 밴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반면 미국 자동차 회사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불참했다. 취재 중 만난 미국인 기자 로라(Lola)는 “일본은 처음인데 정말 놀랐다. 브랜드도 다양하고 기술력도 대단하다”며 “중국의 BYD나 한국의 현대차처럼 아시아의 자동차 시장이 커지고 있는데 아시아가 차에 있어서는 정말 대단하다”고 말했다.
차를 넘어 모빌리티, 모빌리티를 넘어 ‘미래의 삶’을 보여주다
이번 전시의 중심에는 ‘미래를 체험하는 공간’이 있었다. ‘도쿄 퓨처 투어 2035(Tokyo Future Tour 2035)’는 10년 후 도쿄를 가상의 미래 도시로 구현해, 육상·하늘·바다를 넘나드는 모빌리티 혁신을 몰입형 콘텐츠로 보여줬다. 입구에는 인공지능 로봇이 탑재된 디스플레이가 관람객의 질문에 답하고 길을 안내했다. 전시장 안에서는 VR 기기를 착용한 채 도시를 탐험하는 외국인 관람객들의 웃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고, “정말 놀랍다(This is really interesting)”는 감탄이 이어졌다.
‘스타트업 퓨처 팩토리(Start-up Future Factory)’ 구역에서는 신생 기업과 대학 연구 기관이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를 제시했다. 예선을 통과한 30개 스타트업은 현장에서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며, 방문객들은 각 기업의 아이디어와 시제품을 직접 체험했다.
또 다른 구역인 ‘모빌리티 문화 프로그램(Mobility Culture Program)’에서는 자동차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이 어우러졌다. ‘타임 슬립 가라지(Time Slip Garage)’에서는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일본의 시대별 상징 차량과 거리 풍경이 재현돼 있었다. 클래식카 주변에는 그 시절의 상점 간판과 배경 소품이 놓여, 관람객들이 마치 그 시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전시장을 둘러보다 이색적인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VR 속에 등장한 ‘롯데타워’였다. 롯데 부스의 핵심 이벤트로 마련된 이 공간에는 롯데이노베이트, 롯데글로벌로지스, EVSIS, 롯데인프라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롯데케미컬 등 6개 계열사가 함께 참여해 부스를 구성했다.
부스에서 만난 롯데 관계자는 “각 계열사가 모빌리티 관련 사업을 하고 있어서 한 곳에 모아 소개하고 싶어 이번 JMS에 나오게 됐다”며 “서울 모빌리티쇼에서 비슷한 부스 운영을 했는데, 이번엔 일본 문화에 맞게 다시 구성해 나왔다”고 설명했다. 단순한 홍보를 넘어, ‘롯데가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는 메시지를 명확히 전하는 자리였다.
직접 현장을 걸으며 느낀 재팬 모빌리티쇼는 이제 자동차를 전시하는 공간이 아니라, 미래 사회를 미리 경험하게 하는 ‘무대’로 바꼈다. 수많은 기업들이 기술을 넘어 삶의 방식을 이야기하고, 관람객은 그 변화를 직접 체험했다. 자동차 산업이 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꾼다는 말이 추상적으로 들렸다면, 이번 JMS는 그 개념을 눈앞에서 실감케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