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주기] ‘마지막 한 사람까지’... 광화문에 모인 노란리본들의 외침

[세월호 1주기] ‘마지막 한 사람까지’... 광화문에 모인 노란리본들의 외침

기사승인 2015-04-16 11:5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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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박효상, 권남영 기자] 1년이 지났다. 지난해 4월 16일, 컴컴한 바닷속으로 잠기는 세월호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그 참혹한 기억은 조금도 지워지지 않았다. 비극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이들이 있다. 15일 광화문에는 그들을 그리는 노란리본들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안타깝게 희생된 생명을 잊지 않기 위해 시민들이 광화문 광장을 찾았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많이 보였다. 서울 소재의 고등학교들에서 현장수업 차 방문한 2~3학년 학생들이었다. 하늘나라로 떠난 단원고 학생들은 생전 남긴 흔적들로 친구들의 방문을 반겼다.

가족들에게 전한 메시지나 장래희망에 대해 적은 글들이 한 벽면을 가득 채웠다. ‘내년에도 꽃길을 산책하자’는 박성복 학생의 바람은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나중에 결혼하면 다섯 명의 아이를 낳고 싶다는 임건우 학생의 부푼 꿈도 사그라지고 말았다.

수학여행 날짜를 표시해놨던 달력에 눈길이 닿았다. 수학여행을 다녀온 뒤 진학특강과 동아리 활동에 참석할 예정이었는데…. 남은 건 얼룩진 교복과 멈춰버린 시계뿐이다.

단원고 학생들의 생전 사진과 메시지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다 눈물을 흘리는 여학생도 있었다. 다른 친구들을 침통한 표정으로 말없이 그 친구의 어깨를 토닥였다. 학생들은 작은 흔적 하나라도 놓칠 새라 한참 동안 발걸음을 옮기지 않았다.

지나던 시민들도 이곳에선 걸음을 멈췄다. 몇몇 시민들은 현장에 준비된 방명록에 진심을 담은 메시지들을 남겼다. ‘그곳에선 더 이상 아프지 말라’ ‘기억 하겠다’ ‘잊지 않겠다’는 등의 애처로운 마음들이 글로 옮겨졌다.

추모객들은 잊지 않고 임시분향소에 들렀다. 희생된 학생들의 사진 앞에선 추모객들은 하얀 국화를 바치고 고개를 숙였다. 국화는 하나 둘 쌓여갔다. 누군가 세월호 종이 모형을 만들어 가져다 놓기도 했다. 얇은 종이로 만든 이 배가 왜 실제 세월호보다 튼튼해 보이는 걸까.

분향소 앞에는 종이배 모양의 커다란 조형물이 설치됐다. 그 안에는 시민들이 직접 접은 노란 종이배들이 채워져 있었다. 하나하나마다 이곳을 찾은 시민들이 남기고 간 메시지들이 담겼다. 고사리손으로 고이고이 접은 종이배를 조심스럽게 넣는 한 학생을 보며 잠시 미소가 지어졌다.

그 옆에 마련된 노란리본 공작소에선 여러 명이 둘러앉아 바쁘게 작업 중이었다. 노란색 띠를 잘라 고리나 옷핀 등을 붙여 정성스레 노란리본을 만들고 있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노란리본 고리는 바구니에 담겨 공작소 앞 테이블에 놓였다. 바구니 위에는 ‘무료로 가져가시라’는 안내문이 함께 붙었다.

사고 당시 차려진 합동분향소 모습이 담긴 대형 사진도 시선을 붙잡았다. 사진 길이만큼 길게 이어 붙여진 노란 리본들로 장식됐다. 한 무리의 남학생들이 그 앞에서 한동안 사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진 뒤 현수막에 적힌 ‘아직’이라는 단어가 씁쓸한 여운을 남겼다.
한 남학생은 노란리본 고리를 챙겨와 사진 아래 걸었다. 쪼그려 앉아 고리를 거는 그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몇 걸음 옮긴 곳엔 실종자들의 사진이 있었다. 순간 그 위에 적힌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마지막 한 사람까지 가족 품으로.’ 그 남학생 역시 이 같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islandcity@kukimedia.co.kr
박효상 기자 기자
islandcity@kmib.co.kr
박효상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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