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금융감독원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전통지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금감원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 투자자들이 금감원을 대상으로 소송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금융위의 인정은 향후 진행될 재판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9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이) 전례없이 사전통지 사실을 외부에 공개했고, 이로 인해 시장에 충격과 혼란 있었던 게 사실이다”고 밝혔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1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감리결과에 따라 조치사전통지서를 회사 및 감사인에게 통보한 사실을 공개했다.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의적 분식회계’가 인정된다는 감리결과를 언론에 흘렸다. 금감원의 발표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는 4월 30일 종가기준 48만8000원에서 5월 4일 35만9500원까지 떨어지는 등 불확실성이 확대됐다.
이와 관련 최 위원장은 “사전통지를 언제할지는 금감원이 판단할 일이다. 다만 이번 건의 경우 전례 없이 사전통지 사실이 외부에 공개됐고 시장에 충격과 혼란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금감원은 사전통지 사실을 발표 하고, 그 과정에서 언론에 답을 많이 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워장의 이같은 발언은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로 궁지에 몰린 금감원의 입지를 더욱 좁히고 있다. 여기에 이번 발언은 향후 증권선물위원회가 금감원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판단을 인정하지 않거나 행정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금감원이 수많은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하는 단초로 작용할 전망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일부 투자자들은 분식회계 논란에 따른 주가하락으로 피해를 본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법무법인 한결을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회계법인 등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다만 이들은 소송 대상에 금감원을 예비 대상으로 포함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실제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면 주가 하락이 회사와 회계법인의 책임다. 하지만 분식회계가 아니라는 결과가 나온다면 성급한 발표로 주가하락을 촉발한 금감원 등에 귀책사유가 있다. 결국 최 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삼성바이오로직스 투자자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 금융권에서는 최종구 위원장과 윤석헌 원장의 상견레 첫날 이러한 발언이 나온 배경에 금감원의 독립을 견제하는 금융위의 심리가 깔려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윤 신임 원장이 그동안 금융위의 금융산업진흥 업무와 금융감독 업무를 분리해 금융감독 업무를 금감원에 모두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데다 취임 첫날부터 금감원의 독립성 강화를 선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최 위원장의 금융위와 금감원이 별개로 작용할 수 없다는 발언도 이러한 관측을 뒷받침 한다. 그는 “금감원의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윤 원장의 말씀에 공감한다”면서도 “금융위와 금감원이 어떻게 선이 그어지겠나. 금감원은 금융위 설치법에 따라 설치된 기관”이라고 말했다. 이어 “감독체계 개편은 전체적으로 정부조직 개편과 맞물린 문제로 감독원장이 새로 오셨다고 해서 바로 이 문제가 새로 논의되지는 않을 걸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례적으로 상견례 첫 날부터 최 위원장이 금감원의 잘못을 지적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겉으로는 최 위원장과 윤 원장이 협력을 강조하지만 실제는 하는 행동은 정반대 같이 보인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