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4개 권역(충청·영남·호남·수도권·강원·제주)을 통틀어 90%에 육박한 득표율로 당내 대세론을 입증했다. 안심하긴 이르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메기로 부상했다. 국민의힘 유력 대선 주자들도 한 대행과의 단일화 가능성을 열었다. ‘윤심’으로 뭉친 보수 진영을 완전히 제압하려면 중도 표심을 확보하는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선대위·첫 행보도 ‘통합’
이재명 경선 캠프는 지난 27일 대선 후보 확정 해산됐다. 조만간 본선 캠프가 마련될 예정이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내일(30일) 선거대책위원회를 꾸리고 본선 모드로 전환한다. 선대위도 중도 확장을 고려한 인사들로 채울 구상이다.
우선 중도·보수 명망가로 알려진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상임선대위원장으로 합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명(비이재명)계이자 민주당 경선에서 최종 3위로 물러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또한 요직에 앉을 가능성이 높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전날(27일) 최고위원 회의 이후 취재진과 만나 “선대위 구성은 논의 중”이라며 “보수, 진보 관계없이 능력과 경륜(을 보고) 국민이 보시기에 저 분이면 괜찮다는 평판 등을 두루 고려해 인선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전 후보는 지역이든 중앙선대위든 당연히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당도 (영입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본선 진출을 확정한 이재명 후보의 첫 행보도 통합 일환이다. 이 후보는 전날(28일) 국립서울현충원에 들러 이승만·박정희·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과 박태준 전 총리 묘역에 참배했다. 이 후보는 묘역 참배 후 당 최고위원 회의에 참석해 “우리가 갈 길은 명확하다”며 “세상이 너무 힘들고 국민도 지쳤다. 갈가리 찢어지지 않도록 통합해 나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압승하려면 중도 확장·맞춤 정책 펴야”
이 후보와 민주당은 지난해 당 대표 연임 이후부터 대선을 겨냥한 중도 확장 전략을 유지했다. 이재명 일극체제에 거부감을 느껴온 중도 층 표심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90%에 육박한 이번 경선 결과를 두고 ‘사당화’ 혹은 ‘추대식’이라는 비판을 의식한 행동으로도 보인다. 전문가도 중도 확장을 해야만 대선에서 압승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28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후보에게 가장 취약한 중도를 흡수한다면 압승한다. 그러려면 국힘 후보들을 내란 프레임에 가둘 수밖에 없다”며 “한덕수 권한대행도 내란범죄자로 몰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철저한 정책 행보도 중요하다”며 “민생, 청년 등 약한 고리를 대상으로 정책을 제시하고, 지역도 부산, 영남 등 ‘이재명이 당선되면 달라질 수 있다’는 모습을 보이면, 유권자들이 이 후보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 후보의 묘역 참배 행보에 대해서도 “당내 이탈 세력을 최소화하고, 국힘이나 윤석열 전 대통령에 반대하는 세력을 다 끌어안겠다는 의미”라며 “당내에선 불편한 친문(친문재인)계, 밖에서는 중도를 끌어안아야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한덕수 권한대행은 내달 1일 사퇴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마 의지도 굳혔다는 후문이다. 여기에 홍준표, 김문수, 안철수, 한동훈 등 국힘 경선 후보 전원이 이재명 후보를 잡겠다는 명목 아래 한 대행과의 단일화를 공언했다. 홍 후보는 최근 페이스북에 한 권한대행과의 2차례 단일화 토론과 원샷 국민경선을 제시했다. 김 후보도 한 권한대행이 출마하는 즉시 찾아가 신속, 공정한 단일화를 한다는 방침이다. 안철수, 한동훈 후보도 단일화에 긍정적인 의사를 표시했다.
한 권한대행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고위 관료를 역임한 이력과 호남 출신이라는 점에서 중도보수 통합 상징으로 평가 받는다. 하지만 해당 이력이 실제 중도 지지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