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온도를 낮춰라 [극한기후시대①]

도시의 온도를 낮춰라 [극한기후시대①]

열섬(Heat Island)에서 냉섬(Cool Island)으로
1편: 회색 도시를 녹색도시로

기사승인 2025-07-29 06:00:11
‘천연 에어컨이 더 좋아요’
“여기는 나무가 오래되고 숲이 우거져서 주변보다 기온이 확연히 낮아요. 특별한 일이 없으면 반려견과 함께 매일 아파트 옆 가로수길 숲을 산책해요. 벤치에 앉아 쉬기도 하죠. 요즘처럼 무더위가 계속될 때 이 숲길은 그늘을 만들어줄 뿐 아니라 숲 사이로 불어오는 자연 바람이 에어컨보다 훨씬 시원하게 느껴져요.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기온을 막으려면 더 많은 나무를 심고 잘 가꿔야 한다고 생각해요.” 송파구 방이동에 거주하는 김세지 씨의 말이다.

지난 27일 경기도 안성의 기온이 40도를 넘기며 폭염이 절정을 찍었다. 최근 한 기후학자는 “올여름이 앞으로 가장 시원한 여름으로 기억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인류가 이제 ‘지구온난화’를 넘어 ‘지구 가열(Global Boiling)’ 단계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는 폭염을 더 이상 일시적인 재난이 아닌 새로운 일상 ‘뉴노멀’로 규정했다.

폭염 속 ‘신촌로터리 전경’
서울의 낮 기온이 38도까지 치솟았던 지난 26일 신촌로터리 일대를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에는 도시의 열기가 그대로 드러났다. 열화상 카메라는 물체에서 반사되는 열을 색으로 표시하는데 온도가 높을수록 붉은색에서 흰색으로 변하고 낮을수록 푸른색에서 검정색으로 나타난다. 도로는 대부분 빨갛게 보이고 차량도 노란빛이나 붉은빛을 띠었지만 가로수와 차량 내부는 에어컨이 작동하면서 푸른색으로 나타났다.

태양에 달궈진 콘크리트와 아스팔트에서 지열이 솟구치고 그 위를 자동차들이 끊임없이 오간다. 건물 외벽과 실외기에서는 뜨거운 바람이 쏟아져 나오고 도시 전체가 불가마처럼 달아오른다. 밤이 돼도 기온은 좀처럼 내려가지 않고 열대야는 계속된다. 폭염은 시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일상을 잠식하는 또 다른 일상이 되고 있다.
“놀이기구에 화상 입어요”
지난 12일 낮 기온이 34도까지 오른 날 용인시 상갈동에 사는 임혜빈 씨는 아이들과 함께 집 앞 놀이터를 찾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놀이기구는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어져 뜨겁게 달아올랐고 우레탄 바닥도 열을 품은 채 아이들이 뛰어놀기 어려운 상태였다. 임 씨는 “특히 원통형 미끄럼틀은 열이 빠지지 않아 실제 온도는 체감보다 훨씬 높고 재질 특성상 화학 냄새도 심하다”며 “시에서 친환경 소재로 바꾸고 안전 대책을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도시에서 흙을 밟을 수 있는 공간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가운데 학교 운동장이나 놀이터도 대부분 우레탄이나 인조잔디 같은 화학 재료로 덮여 있어 한낮에는 지표면 온도가 50도를 넘기기 쉽다. 이렇게 숨 막히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누적 온열환자는 2087명으로 사망자 10명을 포함해 지난해보다 약 3배 늘었다.
‘서프리카’의 부활
무더위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대구보다 서울의 기온이 더 높은 날이 이어지고 있다. 일명 ‘서프리카(서울+아프리카)’라는 말은 이중 고기압과 태풍의 영향에 더해 바닷바람이 차단되면서 서쪽 지방이 동쪽보다 뜨거워지는 ‘서고동저’ 현상에서 비롯됐다. 여기에다 대도시의 구조적 특성인 열섬현상이 겹치며 서울은 밤에도 기온이 내려가지 않아 도심 전체가 펄펄 끓고 있다.

118년 만의 기록적인 폭염과 200년 만의 극한 폭우 속에 올여름은 이미 최악으로 기록되고 있다. 쿠키뉴스는 국립산림과학원과 환경운동가와 함께 2주에 걸쳐 열화상 드론과 열화상카메라를 통해 수도권의 뜨겁게 달아오른 도시를 생생하게 담아냈다.

본지는 이번 취재를 바탕으로 도시열섬(Heat Island)을 도시냉섬(Cool Island)으로 바꾸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며 기후위기가 아닌 기후일상이 되어버린 시대 속에서 도시의 온도를 1도라도 낮추기 위한 해법을 화보 중심으로 3회에 걸쳐 연재한다.
도시의 허파 ‘숲’
매연과 미세먼지로 가득한 공기를 정화하고 도시 대기의 포화 상태에 가까운 탄소를 흡수해 맑은 공기를 만들어내는 데 나무만큼 효과적인 수단은 없다. 다양한 도시숲의 조성과 확장은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도시의 생존 인프라이며 회복력 있는 미래를 위한 최소한의 준비다.

 1편: 회색 도시를 녹색도시로
- 열섬 완화의 시작은 녹색화
- 국립산림과학원 “숲이 지표온도, 열섬 현상 완화”
- 공원, 숲, 녹지 확충하고 옥상·벽면도 푸르게

 2편: 도시를 밝게, 물길 뚫고 바람길 열어라 
- 밝은 도시 색상으로 리디자인
- 물길 복원하고 바람길 확보해야
- 투수성 도로 등 물순환 체계 정비

 3편: 화학제품 줄이고 친환경 에너지 늘려라 
- 도심 온도 올리는 화학 소재 제거
- 태양광 설치 확대(에너지 자립 + 온도 저감)
- 생활 속 탄소 줄이기 우선
‘경춘선 숲길’
도시숲은 나뭇잎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물을 수증기로 내보내는 증산작용으로 도심의 열기를 식힌다. 또 햇볕을 직접적으로 차단하는 그늘 효과로 기온을 낮추는 데도 효과적이다. 삭막한 도시 공간 속에서 푸르른 나무와 풀은 시각적으로 쾌적함을 줄 뿐 아니라 정서적 안정감까지 더해준다.

 “폭염대피소” 숲 면적 최대한 늘려야
매년 폭염의 강도가 커지고 있는 기후위기 시대에 도시숲 확대는 도심 열섬현상을 완화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녹색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도시숲센터가 열화상 카메라로 도심과 도시숲의 온도를 분석한 결과 도시숲은 도심보다 기온이 최대 3도 낮게 나타났다. 가로수가 심어진 보도의 표면 온도는 그렇지 않은 보도보다 평균 2.3도에서 2.7도 정도 낮았다. 이는 나무의 증산작용과 숲이 만들어내는 그늘 그리고 반사열 감소 효과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경의선 숲길'
폭염이 극심했던 지난 22일 같은 숲길이라도 흙길이 있는 그늘진 구간과 콘크리트 도로는 체감 온도 차이가 10도 가까이 났다. 

취재에 동행한 국립산림과학원 생활권도시숲연구센터 서홍덕 박사는 “나무는 증산작용을 통해 수분을 내뿜으며 이 과정에서 주변 열기를 흡수하기 때문에 숲 근처는 자연스럽게 시원해진다”며 “도심에 한 그루의 나무라도 더 심는 것이 기후위기에 맞서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로수 아래에 관목이나 초본을 함께 심으면 그늘 효과는 몇 배로 커진다”며 “장기적으로는 복층형 가로수나 나무로 이루어진 터널숲처럼 가로수를 확대해 도심 곳곳에 시민들이 숨을 돌릴 수 있는 폭염 피난처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무 한 그루, 시원한 도시의 시작
지난 22일 낮 기온이 32도였던 서울 경의선 숲길 연남동 구간을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한 결과 물과 숲은 파란색으로 나타났고 콘크리트 도로와 인공구조물은 노란색과 빨간색으로 표현되며 최대 30도에 가까운 온도차이를 보였다. 국립산림과학원 서홍덕 박사는 “가로수 아래에 관목이나 초본을 추가로 심으면 나무그늘 효과는 훨씬 더 커진다”면서 “장기적으로는 복층 가로수나 터널형 숲으로 확대해 생활권에서 시민들에게 폭염 피난처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녹색냉방’ 도시를 시원하게…
투수성이 없는 아스팔트 도로와 건물 외벽은 태양열과 반사열을 흡수하면서 표면 온도가 급격히 오르고 밤에도 쉽게 식지 않아 열대야를 유발한다. 반면 나무는 나뭇잎으로 그늘을 만들고 증산작용을 통해 열기를 줄인다. 나무와 관목이 어우러진 가로수와 공원 등 도시숲은 온도 변화에 둔감해 열기를 흡수하고 완충하는 역할을 한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가득 찬 도심에 열섬현상이 있다면 도시숲에는 냉섬현상이 있다. 나무 한 그루가 만들어내는 냉방효과는 가정용 에어컨 10대를 7시간 가동한 것과 맞먹는다.
국립산림과학원이 도시숲의 기온 저감 효과를 분석한 결과 도시숲은 도심보다 평균 3도에서 7도까지 기온이 낮았다. 한낮 폭염일수(최고기온 33도 이상)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도시숲은 2일이었던 반면 도심은 10일로 5배 차이를 보였고 열대야일수(최저기온 25도 이상)는 도시숲이 최대 5일 도심은 17일로 도시숲 지역이 약 30퍼센트 가까이 적었다.

회색도시를 녹색정원으로
우리나라 인구의 90퍼센트 이상이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 숲이 가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2023년 기준 우리나라 1인당 생활권 도시숲 면적은 14.07제곱미터로 세계보건기구가 제시한 권장 기준인 15제곱미터의 93퍼센트를 기록했다. WHO는 모든 가구가 300미터 이내 거리에서 0.5헥타르 이상 규모의 녹지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인구 밀집도가 높은 도시 현실을 고려하면 생활권 도시숲의 확대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과제다.
한여름 더위를 식혀주는 도시숲은 단순한 경관 중심의 관리에서 벗어나 교목과 관목이 어우러진 복층 구조의 숲 조성과 옥상과 벽면 녹화처럼 입체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가로수나 쌈지숲 학교숲 아파트숲 같은 다양한 형태의 도시숲은 이미 시민들의 일상 속에서 기온 저감 효과를 체감하게 하고 있다.

생활권 도시숲이란 도심 주변의 공원과 녹지로 도시자연공원구역 근린공원 체육공원은 물론이고 가로수 옥상정원 하천변 녹지 학교 녹지 공동주택 단지 내 녹지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숲길과 도로의 경계’
경의선 숲길을 따라가다 보면 중간에 나무숲이 사라지고 작은 분수대와 건널목이 등장하면서 수변 공간과 도로 건물 간의 온도차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도시숲이라 하면 보통 일정 면적 이상의 공간을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 도시숲의 기준은 나무 한 그루 이상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아파트 단지나 학교 조경 옥상 정원 벽면 녹화 도시 텃밭까지 모두 도시숲에 포함된다.

국립산림과학원이 위성사진을 바탕으로 서울시 자치구별 도시숲 비율과 지표 온도를 분석한 결과 도시숲 비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평균 지표 온도가 낮은 경향을 보였다. 서울시에서 도시숲 비율이 가장 높은 강북구는 62.3퍼센트로 지표 온도가 34.9도였고 도시숲 비율이 가장 낮은 영등포구는 5.8퍼센트로 지표 온도는 37.9도를 기록해 무려 3도 차이가 났다. 도시숲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수치로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남산에서 바라본 용산가족공원 전경’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과 폭우 같은 자연재해 대응 방안은 물론 탄소저장과 생태계 보존 시민의 정서적 신체적 치유를 위한 대안으로 도시숲의 필요성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국내외 여러 선진 도시들도 도시 경쟁력을 높이고 미래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전략으로 정원을 주요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생활권도시숲연구센터 박찬열 센터장은 “도심의 열섬 현상을 줄이기 위해서는 각 지자체가 도시숲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지표 온도를 낮춰야 한다”며 “유휴지를 활용해 교통섬이나 가로수 같은 소규모 숲을 다수 조성할 수 있도록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사단법인 나무가심는내일 김종우 사무총장은 “기후위기의 시대에 도시숲은 잃어버린 자연을 회복하고 삶의 질서를 다시 세우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며 “도시숲을 조성해 가는 과정에서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고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캠페인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사무총장은 “한 그루의 나무를 심는 것은 곧 우리의 내일을 심는 일”이라고도 덧붙였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뒤덮인 도심에 열섬현상이 있다면 도시숲에는 냉섬현상이 존재한다. 김 사무총장은 “도시숲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녹색 해법이며 시민과 정부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공동체의 자산”이라고 말했다.

 기후재난시대 적합한 도심 가로수는
도시숲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구성 요소는 가로수이다. 나무의 그늘과 증산작용을 통해 주변 온도를 낮추는 데 효과가 큰 수종으로는 잎이 넓고 미세먼지 저감 효과도 뛰어난 느티나무 플라타너스 은행나무 이팝나무 왕벚나무 등이 있다.

도로와 건물은 햇볕을 직접 받고 반사열을 흡수하면서 온도가 급격하게 올라가거나 서서히 떨어지며 열대야를 유발하지만 가로수는 이러한 변화에 비교적 덜 민감해 도심의 온도 완충재 역할을 한다.
‘미적 감각도 좋지만’
서울의 한 신규 아파트 단지 곳곳에 소나무가 심어져 있다. 보기에는 아름다울 수 있지만 소나무 입장에서는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상층부만 남긴 채 전정이 이루어져 생장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이다. 조경 관계자는 겨울철 가지 훼손 방지와 통풍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기후위기 시대에는 그늘은 물론 생존까지 위태로울 수 있다.

가로수의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이상적인 수종은 존재하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소나무는 사철 푸르고 국민 정서에도 부합하지만 기후위기 시대에 가로수로는 적합하지 않다. 그늘 효과가 약하고 공해 저항성도 낮아 매연이나 오존 같은 도시 환경에 취약하다. 가로수로 심기보다는 도시공원 외곽 조경용으로 활용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특히 소나무는 가지 훼손 방지와 통풍을 이유로 전지작업을 하지만 과도한 가지치기는 냉섬효과를 떨어뜨릴 뿐 아니라 나무의 생장에도 악영향을 준다.

도시숲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나무의 모양이 아니라 기능에 주목해야 한다. 도시숲은 보는 숲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숲이어야 한다.
한낮 기온이 36까지 치솟은 지난 25일 방문한 동대문구 장위동의 한 신축아파트 벽면에 녹색식물이 심겨져 있다. 
‘벽면녹화로 3도↓… 도시 열을 막는 녹색 커튼’
아파트 벽면녹화 구간을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한 결과 녹색커튼이 설치된 벽면은 36.0도였고 바로 옆 회색 외벽은 39.1도로 약 3도 차이를 보였다. 특히 인접한 도로면은 이보다 훨씬 더 높은 온도를 기록해 녹화된 벽면과는 10도 이상 차이를 나타냈다. 만약 벽면녹화가 없었다면 아스팔트 도로에 인접한 하부 벽면은 상부 회색 벽면보다 더 높은 온도로 달아올랐을 가능성이 높다.

옥상과 벽면을 숲으로… 도심 속 간척사업
도시가 주변보다 더 뜨거워지는 열섬현상은 콘크리트 구조물의 열 흡수 녹지 부족 인구 밀집 빌딩에서 나오는 인공열 같은 복합적인 원인에서 비롯된다. 이 문제를 완화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도심 내 녹지 면적을 넓히는 것이다. 그러나 가용 부지가 부족하고 땅값이 비싼 도심에서 새로운 녹지를 조성하는 일은 쉽지 않다.
 '강동구청 옥상에 조성된 녹색정원 전경'
강동구의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 따라 구청 및 공공청사 옥상녹화를 적극 추진 중이다. 

도시숲이라 하면 보통 일정 규모 이상의 공원을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아파트 단지나 학교 조경 옥상 정원 도시 텃밭 벽면의 녹화사업까지 모두 도시숲에 포함된다.

기후위기 시대에 기존의 유휴 공간을 활용해 옥상을 녹지로 바꾸는 옥상녹화와 건물 벽면에 식물을 조성하는 벽면녹화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특히 벽면녹화는 ‘그린커튼’이라는 이름처럼 여름철 햇볕을 막아주는 자연 그늘이 되어 실내 온도를 낮추고 도시 전체의 열 흡수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건물의 옥상과 벽면을 활용한 입체적인 녹화는 열섬현상에 대응하는 가장 실효성 있는 방법이자 도심 속에서 가능한 ‘녹색 간척사업’이라 할 수 있다.
'서울로 7017 전경'
옛 서울역고가도로를 녹화한 '서울로 7017' 역시 대표적 옥상녹화 정원이다. 붉고 노란색 빌딩들과 서울역 철로의 붉은색이 서울로 7017 공원의 녹색과 대비를 이룬다. 싱가포르는 도시 전역을 식물로 뒤덮인 입체녹지망을 구축해 도시온도를 낮추고 미세먼지 저감과 생물서식지 확대 효과까지 보고 있다.

옥상녹화 면적 늘려야… 도심 위의 초록처방
건물 옥상에 잔디나 꽃 나무 텃밭 등을 심어 작은 녹지를 조성하는 옥상녹화는 콘크리트와 불투수 포장이 지배적인 도시 환경에서 열섬현상과 미세먼지 도시민의 정서 회복 등 다양한 기후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필수 대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한 '서울역 옥상정원' 전경
열화상카메라(thermal imaging camera)는 물체에서 나오는 적외선 복사 에너지(열)를 감지하여 온도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장비로 눈에 보이지 않는 ‘열’을 이미지로 바꿔주는 장치이다.

서울시 전체 건축물의 옥상 면적은 약 166제곱킬로미터로 서울 면적의 약 4분의 1에 해당한다. 이 가운데 옥상녹화가 가능한 면적은 약 55제곱킬로미터로 여의도 면적의 20배에 달한다. 서울시는 생태와 환경 중심의 옥상을 조성하기 위해 ‘천 개의 초록지붕 프로젝트’를 비롯해 다양한 옥상녹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2020년까지 총 31만8444제곱미터의 녹지를 확보했다. 이는 여의도공원의 약 1.38배에 해당하며 현재도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강동아트센터 실내 녹색식물’
강동구 강동아트센터 건물 내에 다양한 녹색 식물이 배치되어 있다. 실외 벽면녹화만큼 열 저감 효과는 적지만 실내 공기 정화, 심리적 안정 효과를 주고 있다.

 세로정원(벽면녹화)에도 관심 가져야
수직 공간을 활용해 살아 있는 식물을 기르는 수직정원은 세로정원 그린커튼 그린월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며 벽면녹화의 대표적 형태로 꼽힌다. 이는 건물 외벽에 덩굴식물을 심어 잎이 태양광을 차단하도록 하는 식재 기법으로 여름철 햇볕을 효과적으로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그린커튼에 적합한 식물로는 나팔꽃 풍선초 여주 작두콩 제비콩 조롱박 인동 담쟁이덩굴 등이 있으며 생육이 빠르고 관리가 쉬워 도시에서도 손쉽게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식물은 태양광을 차단해 실내 온도 상승을 억제할 뿐 아니라 냉방기 사용을 줄여 에너지 소비를 낮추고 도로변 소음과 미세먼지를 차단하며 녹시율도 높여준다.
성동구 동호로5길 도로 옆 외벽이 담쟁이덩굴로 덮여 있다. 마치 대형 녹색커튼이 쳐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도시숲, 옥상정원, 수직정원은 증발산 작용으로 공기를 냉각시키고, 이산화탄소 흡수로 대기 질을 개선한다.

실제로 벽면녹화와 옥상녹화를 적용한 건물 외벽의 표면온도는 일반 외벽보다 최대 16.7도 낮았고 옥상 바닥면과 비교하면 25.9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천연잔디를 포함한 녹지가 도시의 열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음을 수치로 보여주는 결과다.
녹색어울림 이은수 대표가 노원구에 위치한 자신의 옥상정원에서 수경재배한 녹색식물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 대표는 방수공사 후 무게도 가볍고 탄소배출 능력이 뛰어난 이끼식물과 가벼운 토양(인공토), 경량화된 트레이, 배수층(Drainage Layer) 설치 등을 통해 옥상녹화의 여러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녹색어울림 이은수 대표는 “기후위기 시대에는 지표면에 큰 나무를 많이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열을 가장 많이 받는 옥상을 푸르게 만들고 별도의 공간이 필요 없는 수직 벽면을 녹화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며 “특히 도심에서의 녹지 확산은 더 이상 조경이 아니라 도시민의 생존을 위한 강력한 녹색 처방전”이라고 강조했다.

'녹색어울림 이은수 대표 사무실'
이 대표는 옥상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 천정 위로는 녹색정원이 창문 밖으로는 덩굴식물을 키워 한 여름에도 선풍기 외에 에어컨은 사용할 일이 없다고 말한다. 이 대표는 "단 벽면녹화도 너무 촘촘히 식물을 키우면 바람도 통하지않고 햇볕도 들지않아 적당한 간격 조절과 벽면녹화에 어울리는 식물을 키워야한다.

하지만 옥상이나 벽면 녹화 사업은 관리가 어렵고 효과가 적다는 인식으로 인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일반 시민들은 흙의 무게로 인한 건물 하중과 배수 누수 문제를 걱정하고 나중에 철거 문제까지 떠올리며 옥상정원이나 도시농업을 포기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하중 부담 없이 누수 걱정도 없이 정원을 가꾸고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바로 녹색 인프라 구축에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무농약 농사로 먹거리를 해결하고 탄소중립을 실천하며 건물은 시원해지고 도시 안에서 전원생활도 누릴 수 있는 일석사조의 기회다. 기후위기 시대에 옥상과 벽면 녹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덧붙였다.
성현수 서울시 정원도시정책과 주무관은 “숲이나 공원같은 ‘녹색인프라’를 확충하면 봄과 가을의 길이가 늘어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면서 ”녹지를 늘리는 것은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기후폭력시대 폭염재난에 대비하고 도시의 온도를 낮추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정원도시정책과 안수연 과장은 “정원은 도시열섬뿐 아니라 도시 생태 회복을 위해 꼭 필요한 녹색 인프라다. 서울시는 정원도시 서울 정책을 통해 일상 속 5분 거리에서 시민이 녹색공간을 만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경의선 숲길'
도시숲은 단지 온도를 낮추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공기를 정화하고 습도를 유지하며 빗물을 머금어 홍수를 조절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콘크리트숲 속에서 도시숲은 지친 도시의 생명력을 되살리는 공간이다.

열기 가득한 회색도시의 온도를 낮추는 해답은 분명하다. 도시숲과 옥상녹화 벽면녹화 같은 자연 냉방기의 입체적 확대가 바로 그것이다.
지난 16일 국립산림과학원 생활권도시숲연구센터 서홍덕 박사는 서울역 옥상정원에서 열화상 카메라로 현장을 촬영하며 “가로수 아래에 관목이나 초본을 함께 심으면 나무 그늘 효과가 몇 배로 높아진다. 장기적으로는 복층 가로수나 가로수 터널처럼 기존 가로수를 확대해 시민들의 생활공간 곳곳에 폭염 피난처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옥상녹화와 벽면녹화 같은 입체녹화 역시 도심 열섬현상에 실효성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글·사진=곽경근 기자
곽경근 기자
kkkwak7@kukinews.com
곽경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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