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프트로봇에 활용되는 인공근육이나 액추에이터는 열, 빛, 공압, 유압, 자기장, 전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그러나 이를 수중에서 작동할 경우 배터리, 모터, 기어 등의 복잡한 부품이 물에 노출돼 안정적인 제어가 어려워 사용이 제한된다.때문에 이 같은 전통적 동력원에 의존하지 않고 소재 자체가 빛이나 열 같은 외부 환경변화에 감응해 기계운동이나 기능변화를 제공하는 스마트 광열 및 광화학 소재 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하지만 광열 소재는 수중의 냉각작용으로 즉시 원래대로 돌아가기 때문에 원하는 동작을 유지하기 어렵다.
또 기존 광화학 소재는 공기 중에서 평면의 필름을 굽히는 단순 구동만 가능해 적용범위가 한정적이다.
물속에서 빛으로 움직이는 인공근육
한국화학연구원(이하 화학연) 김현 박사가 부산대 이하범 교수, 텍사스 에이앤엠대 테일러 교수와 공동연구로 물속에서 빛을 받아 자유롭게 움직이는 광화학 기반 소프트로봇용 인공근육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기존 기계·전기 장치 기반 동력장치의 한계를 극복, 수중 환경에서 별도 전원이나 기계장치 연결 없이 작동하는 차세대 소프트로봇 소재에 적용할 수 있다.

수중 환경에서 소프트로봇이 생물체와 같은 강력한 구동력을 얻으려면 섬유, 코일, 스프링 형태 등 꼬인 선형을 갖추고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인공근육 구조를 구현해야 한다.
공동연구팀은 ‘아조벤젠 기능화 결정성 액정 탄성체(AC-LCE)’ 소재를 활용해 물속에서 더 많은 형태 변형과 강력한 운동능력을 구현했다.
기존 액정 탄성체는 소재 내 분자 배열을 정밀하게 설계할 수 있어 작은 자극으로 크게 움직일 수 있지만, 고무줄처럼 말랑한 성질 때문에 물체를 움직이는 힘이 약하고 강성이 부족해 스피링 같은 형태로는 활용이 어려웠다.
이에 연구팀은 강성이 조절되는 새로운 액정고무 소재를 만들고, 여기에 광화학분자 아조벤젠을 넣어 빛을 받으면 움직이도록 제작했다.
그 결과 기존 광열 소재와 달리 ‘AC-LCE’ 소재는 빛을 꺼도 즉시 원상태로 돌아가지 않고 일정시간 수축·이완 상태를 유지하는 ‘구동 자물쇠’ 형태를 유지했다.

연구팀은 이를 인공근육 부위별로 적용시켜 원하는 동작 순서와 위치를 조절했다.
스프링 형태의 AC-LCE 인공근육 소재를 선형 및 고리형으로 제작해 로봇 부품처럼 조립해 성능을 실험한 결과 기존 광화학 기반 인공근육 소재보다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길이는 3배 이상, 움직이는 힘은 포유류 일반 근육보다 2배 이상 강했다.
아울러 AC-LCE 소재는 호모키랄, 헤테로키랄 등 인공근육의 특정 구조를 설계해 확장·수축 동작 방향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수중 환경에서 자외선과 가시광선을 비춰 수축·이완을 원격 조절해 소프트로봇 몸통에 동력을 제공함으로써 물속을 이동하거나, 로봇 손이 물체를 쥐고 놓은 동작도 구현했다.
이때 배터리, 기계장치, 와이어, 펌프 등의 연결 없이 빛만으로 100회 이상 반복 조작에 성공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이 다양한 응용 분야 적용을 위한 융합연구와 소재 대량생산을 거쳐 2030년 이후 실용화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영국 화학연 원장은 “이 기술이 발전하면 첨단 로봇, 헬스케어 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적 응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부산대 서원빈 학생이 제1저자로 참여했고, 연구결과는 지난 2월 국제학술지 ‘스몰(Small(IF: 13))’ 후면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