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합의로 늘어난 유럽·북미 방위비…이재명표 방산 수출 활로 확대 기대감

나토 합의로 늘어난 유럽·북미 방위비…이재명표 방산 수출 활로 확대 기대감

- 나토 방위비, GDP의 2%→5%로…군사비 2배가량 늘듯
- 기술력·납기일 준수 ‘K-방산’, 유럽 현지화 등 저변 확대
- 정부, 나토와 국장급 방산협의체 신설…수출 활로 확대 ‘지원사격’

기사승인 2025-07-02 06:00:08
지난해 4월17일 강원도 철원군 문혜리사격장에서 열린 ‘수도군단 합동 포탄사격훈련’에서 수도포병 여단 K-9 자주포가 실사격 훈련을 하고 있다. 박효상 기자 

유럽·북아메리카 32개국으로 구성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방위비 증액 목표치를 현행 국내총생산(GDP)의 2%에서 5%로 확대하기로 합의하면서, K-방산의 수출 활로가 더욱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우리 정부 역시 이를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방산협의체 신설 등 발빠른 움직임에 나서는 모습이다.

2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나토는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나토 군사역량 목표’를 이행하기 위해 오는 2035년까지 매년 GDP의 5%를 국방·안보 분야에 투자하고, 이를 위한 연례 계획을 제출하겠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구체적으로 나토는 GDP의 3.5%를 장병 급여와 무기 도입 같은 직접 군사비에, 1.5%를 핵심 방산 인프라 보호와 네트워크 방어 등 간접 비용에 지출하기로 했다. 방산 인프라에는 군사 이동을 위한 도로·교량 개선뿐 아니라 방산 AI 기술도 포함된다.

가입국들은 목표 달성을 위한 점진적인 증액 계획을 매년 제출하고, 2029년에는 포괄적인 중간 점검을 통해 지출액 등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이번 합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에 따른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나토 방위비 부담이 가장 많으며, 가입 32개국 중 적은 돈을 쓰고도 이른바 ‘안보 무임승차’를 하는 국가가 많다”면서 5%로 증액하지 않으면 미국이 나토에서 탈퇴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실제로 지난해 나토 방위비 1조5060억달러 중 미국이 66%에 달하는 9970억달러를 부담했다. 

나토의 평균 방위비 지출은 GDP의 2.7% 수준이지만,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은 1%대에 머물고 있다. 스페인은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이유로 인상안에 동의하지 않았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2배 내도록 하겠다며 압박을 강화해 참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영국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이번 증액으로 나토 회원국의 군사비 규모가 지난해 4570억달러(약 630조6600억원)에서 8000억달러(약 1100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나토는 방위비의 20%가량이 무기 도입에 쓰도록 권고하고 있어 직접적인 무기 조달 예산 역시 그만큼 증가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이미 유럽·중동 등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수출을 확대하고 있는 우리나라에 더욱 큰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지대공 유도무기, 전투기 등 고부가 무기체계에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한국 방산4사(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우주항공산업(KAI), 현대로템, LIG넥스원)의 수혜가 기대된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면담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현대로템은 지난 2022년 폴란드와 124억 달러(약 17조7000억 원) 규모의 무기 수출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2차 계약으로 K2 전차 180대를 추가 수출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63대는 폴란드에서 현지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폴란드에 25조 원 규모의 K9 자주포 등을 수출하며 입지를 다졌으며, 폴란드 방산기업 WB그룹과 6000억 원 규모의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루마니아 K9 자주포 공장 건설 등 해외 거점 확대에 6조2700억 원을 투자해 이번 기회를 적극적으로 노린다는 전략이다.

LIG넥스원은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II를 놓고 루마니아 수출을 협상 중이다. 천궁II는 독일의 아이리스-T(IRIS-T), 노르웨이의 나삼스(NASAMS) 대비 사거리나 탄도탄 요격 능력 등 성능이 높으면서도, 미국 패트리어트 대비 절반 가격 수준이어서 여러 국가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이란-이스라엘 전쟁이 미사일전으로 진행된 만큼 방공무기에 대한 관심이 급증한 점도 호재로 꼽힌다. 

KAI는 KF-21과 FA-50 등 전투기 라인업을 앞세워 노후화한 유럽 F-16의 대체 시장을 노리고 있다. 이미 2022년 폴란드에 FA-50을 48대 수출하며 유럽 시장 저변을 쌓아가고 있다.

정부도 수출 확대를 지원하기 위한 물밑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을 대신해 지난달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 만나 한-나토 간 국장급 방산협의체를 신설하고, 나토의 ‘고(高)가시성 프로젝트(High Visibility Projects)’에 참여하기로 했다.

고가시성 프로젝트는 나토 회원국들이 필요한 전력을 공동으로 개발·획득하는 사업으로, 탄약, 가상훈련체계, 차세대 회전익 항공기 등 총 21개 사업이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개발 단계에서 기술력·시제품 제공 등으로 협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나토 내 기밀 유지와 같은 진입장벽과, 높아지는 유럽의 견제도 경계해야 할 과제다. 실제로 유럽연합(EU)은 올 3월 8000억유로(약 1260조원) 규모의 재무장 계획을 발표하고, 현재 20% 수준인 역내 무기 구입 비중을 2035년까지 65%로 상향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거시적 안보 협력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세미 아산정책연구원 외교안보센터 부연구위원은 지난 1일 발표한 ‘Managing Decline? NATO’s Uneasy Future After the 2025 Summit’(쇠퇴 관리: 2025년 나토 정상회의 이후 불안정한 미래)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 나토와의 방위산업 협력을 단순한 상업적 사업이 아니라, 보다 넓은 안보 및 동맹 전략의 핵심 기둥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이러한 접근법을 토대로 한국이 파트너십을 다변화하며, 자국의 비교우위를 가진 영역에서 글로벌 안보 질서 구축에 기여하는 전략의 일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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